코로나19 기저효과로 지난해 국내 제조업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원자재 수급난과 물류 차질, 하반기 자동차 생산 감소 등이 겹치면서 주단강업계의 실적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세계 경제 회복세와 전방산업의 경기 호조가 지속되면서 생산 및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생산 감소세가 지속되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과 수입재 증가는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에는 주요 수출국 경기가 회복되고, 전방산업도 회복되면서 주단강업계의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 세계적인 보호무역 추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강품, 전방산업 호조에 2021년 생산 전년比 2.1% 증가원자재 수급·재고 처리 등 영향에 내수판매·수출·수입 각 전년比 1.9%, 3.9%, 9.1% 감소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 국내 주요 전방산업의 경기 호조로 인해 2021년 주강품 생산은 증가했다. 다만 생산 증가에도 선철 등 원자재 수급 문제가 발생한 데다 주강업계와 수요업계가 기존 재고 물량을 우선 처리하면서 판매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본지가 추정한 결과 지난해 생산은 8만6,395톤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반면 내수 판매는 6만745톤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고, 수출은 2만2,200톤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수입은 7만5,995톤으로 전년 대비 9.1% 감소했고, 수입재 시장 점유율은 55.6%로 전년 대비 소폭(1.8%) 감소했다.
지난해 주강업의 주요 전방산업인 건설중장비, 기계설비, 플랜트, 제철업, 조선업 등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생산이 전년 대비 반등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수요업계는 기존 재고 물량을 우선 소진했다. 그리고 주강업계도 연초에는 재고 소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1분기에는 재고가 감소세를 보였으나 하반기에는 다시 전년 대비 재고 수준이 증가했다.
수출 부진은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아세안, 중동의 경기가 부진했던 탓에 감소했다. 중국은 하반기부터 강력한 환경규제를 실시한 데다 전력난으로 산업 활동이 둔화됐고, 아세안은 2분기 말부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가 침체됐다. 중동지역 또한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터키의 리라화 폭락 등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주강품 수입은 전체 물량의 85~9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산 수입재가 전년 대비 10.6% 감소하면서 내수와 수출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수입재 점유율은 여전히 높았다. 2021년 수입 주강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5.6%로 57.4%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2018년 이후 4년째 50% 이상을 기록했다.
이처럼 높은 수입재 점유율은 국내 주강업계의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주강업계에서는 경기 회복에도 수입재 점유율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22년 주강품 수요, 기계·중장비·조선업 중심으로 증가, 플랜트·제철업은 소폭 증가
2022년 주강품 수요는 수요산업별로 기계설비와 중장비, 조선업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플랜트와 제철, 철도 분야도 소폭의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회장 최철곤)가 발표한 ‘2022년 건설기계산업 전망’에 따르면 2022년 건설기계 생산은 10만3,233대로 전년 대비 9.0% 증가할 전망이다. 기저효과 소멸로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책으로 수추릉전년 대비 1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수요처인 기계설비류의 경우 2022년 수출은 주요국의 환경규제 대응, 그린뉴딜 등 적극적 인프라 경기부양 정책 지속과 수요산업 호조로 전년에 이어 증가세가 유지되나, 중국 건설투자 규제 요인으로 3.4% 증가할 전망이다. 그리고 내수는 정부의 SOC 투자 증가와 친환경 설비투자 확대, 수요산업 수출 증가로 6.3%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수주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22년 기계 생산은 반도체 설비투자 및 건설투자 활성화와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로 5.9% 증가할 전망이다.
조선업의 경우 2021년 9월 누적 기준 신규 수주 1,380만CGT, 건조 810만CGT, 수주 잔고는 2,900만CGT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4% 증가한 것이다. 다만 실제 건조 수요는 전년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철업과 플랜트는 소폭 증가세가 예상된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2.2% 늘어난 18억9,640만 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년 대비 보합 수준을 유지하고, 선진국은 4.3%, 신흥국은 5.0% 증가할 전망이다. 그리고 국내 철강 수요는 5,500만 톤으로 2017년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다.
플랜트는 탄소중립 흐름 속에 LNG 발전소 및 수소,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소폭의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단강품, 자동차 부진에 2020년 생산·내수판매·수출 각 전년比 36.2%, 16.9%, 11.8% 감소
단강품은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산업의 생산 감소로 실적이 하락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본격화된 2분기 말부터 주요국 자동차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관련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자유단조업체들의 부진으로 생산이 감소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통해 본지가 추정한 결과 2021년 단강품 생산은 124만7,868톤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내수 판매는 95만3,336톤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한 반면 수출은 33만4,681톤으로 전년 대비 13.4% 감소했다. 수입은 55만2,117톤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고, 수입재 점유율도 36.7%로 33.8%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 상승했다. 수입재 점유율은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의 수출 호조로 인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건설중장비, 조선, 철도, 기계 및 단조품, 플랜트 등 주요 전방산업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생산이 감소한 이유는 2분기 말부터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생산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부터 주요국 자동차업체들은 적게는 15%부터 많게는 40%까지 생산을 감축했다.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 생산 감소는 단강품 생산 감소로 이어졌다. 수출의 경우 연초 발생한 수에즈사태로 인한 일본 조선해양업계의 부진, 2분기 말부터 지속된 중국의 환경 규제 및 주요국 자동차 생산 감소로 연초부터 전년 대비 감소세가 지속됐다.
다만 내수 판매는 건설중장비와 기계 및 단조품, 플랜트, 철도 등이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 자동차 부문의 수요 감소를 상쇄하여 전년 대비 반등했다.
건설중장비와 기계는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책으로 국내외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단조품 또한 기저효과로 생산이 큰 폭으로 반등했다.
플랜트와 철도 또한 주요국들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단강품 수요를 견인했다.
2022년 단강품 수요 상저하고, 자유단조는 조선 및 플랜트 중심 회복
2022년에는 주요 선진국들과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면서 건설중장비와 기계 및 단조품 수요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주요국들이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LNG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플랜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단강품 수요는 상저하고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경우 신차 출시와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신에너지차 출시가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로는 다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품 공급망 불안정 지속 우려로 수출 증가폭은 6.2%로 둔화될 전망이다. 그리고 내수는 자차 이용 수요 증가, 신규 수입차 출시 효과에도 불구하고, 대기수요 기실현, 내수 진작책 종료, 반도체 공급 부진 등의 제약 요인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산업은 2022년에도 내수 감소와 반도체 공급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 증가와 신차 출시로 생산이 전년 대비 4.1% 증가할 전망이다.
조선업 분야는 전년도에 대규모 수주를 했으나 실제 건조물량에서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가 증가하면서 관련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기계와 건설기계는 주요국들의 경기부양책과 인프라 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에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내수보다는 주로 수출 위주로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전년 대비 생산이 5~1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단조 분야는 조선과 플랜트 분야를 위주로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선박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질적인 건조량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플랜트는 LNG와 풍력, 화학 플랜트를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린뉴딜과 전 세계적 탄소중립 흐름 속에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면서 LNG와 풍력 플랜트는 올해에도 견조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 속에 화학 플랜트 또한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한 중국 정부와 철강업계가 2030년까지 전기아크로 비중을 40% 수준으로 높이기로 하면서 제철설비 수요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해 철도와 토목 관련 플랜트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주단강업계에서는 주요국들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2022년에도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상반기 실적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경제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화이다. 지난해 말부터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주요국들이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강경책을 지속하면서 대외 여건 또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회복 기조 하에서도 공급망과 무역 여건 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단강 경기가 예상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