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강판 가격이 아직 협상테이블에 놓여있는 가운데 곧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철강사들은 완성차업체에 20~30만원대의 수준의 가격 인상안을 예고한 반면 완성차업체는 수익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는 상태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달 말부터 현대·기아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자동차 협상에 들어갔으며 늦어도 1분기까지는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강판 가격을 인상하긴 했으나 원가가 시황 상승분에 비해 낮았다면서 올해는 지난해 미진한 부분에 대한 가격 인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협상이 진행되는 현시점에서 철광석은 물론 내식성을 높이기 위한 아연을 포함한 비철금속, 액화천연가스 등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거나 변동폭이 커 국내 철강업계는 공급처 다변화 등 원자재 물량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철강사와 완성차 업체는 작년 자동차 강판을 상반기에 톤당 5만원, 하반기에 톤당 12만원 인상했다. 이는 2017년 하반기 이후 4년 만의 가격 인상으로 당시 국제 철광석 가격이 사상 최고치였던 점을 반영해 즉각적인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으로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분에 양측 모두 그동안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과거 사례만 보더라도 원재료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경우 가격 인상분은 반드시 적용되기에 이번 가격 인상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불안정한 국제정세 및 원자재 가격에 소폭 인상이냐 대폭 인상이냐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며 가격 인상폭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1~2월 판매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며 가격 인상에 대한 당위성이 사라진 상태이다. 또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2월 총 판매량에서 7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반도체 부품 이슈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1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가격 인상 여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측 설명이다.
한편 이번 가격 인상안에 올해 자동차 생산량 확대에 따른 자동차 강판 수급 증가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이슈로 자동차 생산이 부진했던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 판매 목표량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높은 747만3,000대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