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가 철근 기준 가격 인상 등을 둘러싼 성명과 시위를 통해 전기로 제강업계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사상 유례없는 원자잿값 급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스트 푸시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인상을 전기로 제강사의 원가 절감만으로 흡수하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건자회 주장의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 봤다.
■건자회, 분기 기준가 준수하고 인건비·부자재價 전가 말아야
건자회 측은 △일방적인 철근 가격 인상 철회 △인위적 감산을 통한 시장 교란 행위 중단 △이원화된 철근 가격체제 일원화 등을 주장한다.
건자회는 올해 1월 21일 철근 기준 가격 인상과 관련한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건자회는 성명서에서 “제강사는 유통가 상승의 사유를 들어 ‘분기 기준가’ 외에 합의하지 않은 ‘유통향 판매가’를 발표하여 살인적인 원가 부담을 건설업계에 전가하는 것도 모자라, 인건비·부자재 가격 상승 등의 사유를 들어 일방적·기습적으로 건설업계와의 합의 없이 ‘분기 기준가’의 인상을 강행하려는 제강사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건자회 측은 특히 건설사와 제강사 간 합의를 통해 마련했던 철스크랩 가격 연동 분기별 철근 기준가격 고시체제를 깼다며 현대제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자회는 2월 25일에는 현대제철 양재동 사옥 앞에서 철근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는 건자회 담당자들을 비롯해 30대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자 대부분이 참여했다.
■철스크랩價 17개월 동안 14번 올라... 18개월 동안 전년比 우상향 유지
하지만 건자회가 주장하는 철근 가격의 일방적인 인상과 인위적 감산을 통한 시장 교란 행위는 전기로 제강업계로서는 억울한 감이 있다.
특히, 글로벌 탄소중립 화두 속에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로 생산방식이 주목을 받으면서 근래 들어 철스크랩 가격 급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철스크랩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을 자원전쟁으로 몰아갔고, 자연스럽게 철스크랩 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런 가운데 2021년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철스크랩 수입 재개에 나선 데다, 올해 들어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철스크랩 가격 상승은 최근 2년 사이 천장을 모르는 듯 솟구쳤다.
이러한 상황은 전기로 제강업계에 커다란 숙제가 됐다. 철근을 생산하는 전기로 제강에서 철스크랩 가격은 원가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철스크랩 가격이 최근 1년 반 가까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로 제강업계가 이를 철근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원가 절감만으로 극복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로 철스크랩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020년 10월무렵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철스크랩 가격은 17개월 동안 전월 대비 14번이나 올랐다. 이중 전월 대비 상승폭이 두자릿 수에 달한 달도 2020년 11월과 12월 두 달로, 각각 21.7%, 18.4%의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8개월 동안 전년 동월 대비 철스크랩 가격은 18개월 내내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이 중 2021년 7월과 8월, 11월에는 각각 118.5%, 128.4%, 102.2%의 살인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철스크랩 가격의 급상승은 전기로업계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분기 가격 체계에 갇혀 매월 상승하는 원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국내 철근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현대제철은 철스크랩 가격에 연동한 분기별 철근 기준 가격 체계 외에 월별 철근 가격 변동을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해왔다. 지난해 철스크랩 가격 급등 속에 분기별 가격 체계의 한계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현대제철은 철스크랩 가격이 ±5% 이상 급변할 경우 분기 중에도 철근 기준 가격을 선제적으로 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