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시장이 러시아-우크라아나 사태와 관련해 최대 후판 소비처인 조선업 경기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업계에서 5월에 러시아 선주로부터 대금 입금을 지급받지 못해 계약 취소 사태가 발생하며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는 후판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후판업계에서도 관련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 18일, 대우조선해양은 유럽지역 선사로부터 지난 2020년에 수주한 액화천연가스 운반선(LNGC) 1척 건조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유럽 지역 선사와 3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데, 대우조선해양은 선주사 측이 1척에 대한 선박 건조 대금을 계약 기간 내 지급하지 않았다며 절차에 따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2척은 대금 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대우조선해양은 함구했지만 조선업계 내에서는 대금을 처리하지 않은 선주가 러시아계 회사라고 확신하고 있다. 당시 러시아 에너지 기업과 해운사들은 자국 LNG 프로젝트용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조선업계에 척당 1천~4천억원에 이르는 LNG 선박 등을 대거 발주했다.
러시아 선주 측이 국제 제재로 인해 대금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와 다수 건조 계약을 맺은 러시아 고객들이 다른 조선 수주 건에서도 계약 불이행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에 러시아 수주 물량이 조선업계의 새 뇌관으로 부상했다. 특히 이번 사안은 조선업계뿐만 아니라 소재 공급사인 후판 업계에도 우려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일부에서는 국내 조선업계가 다양한 해외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다국적 수주 잔량이 풍부한 만큼 러시아 발주 물량들에 문제가 생겨도 여파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사실상 러시아 정도만 발주하는 시장인 LNG쇄빙선 등에서 러시아와의 수주건이 많은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에 보내는 우려의 시선은 역력하다. 후판 제조업계는 러시아 사태로 일부 악재가 발생한 조선업계를 상대로 물량과 납기 등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 후판 업계는 러시아 저가 후판이 공급됐던 유럽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러시아 후판 수출은 전체 수출의 1% 남짓으로 직접 수출 악화 충격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