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부회장 김학동)가 시장의 예상과 반대로, 내년 1월 유통향 스테인리스(STS) 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300계와 400계가 소폭 인하된 가운데 몰리브데넘 가격 강세를 감안해 STS316L 등 일부 제품의 할증료만 인상됐다.
STS 업계에 따르면 12월 중순부터 포스코가 자사 스테인리스 판매 대리점들에 2023년 1월분 유통향 가격(주문투입분)을 전반적으로 인하하겠다고 통보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300계와 400계 구분 없이 열간압연강판이 톤당 10만원 수준, 냉간압연강판이 톤당 20만원 수준 인하됐다. 또한 수입대응재(GS) 제품군도 같은 내용의 가격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애초 스테인리스 시장에서는 국내 최대 생산자인 포스코가 가격 인상에 나서리라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니켈과 몰리브데넘 등 주요 원료 가격이 강세를 보였고 해외 유수의 STS 제조사들도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12월 들어 런던금속거래소(LME) 니켈 현물 가격은 성탄절 직전까지도 톤당 2만8천~3만1천달러 수준에 압도적 강세를 보였다. 다른 원료 중에선 크로뮴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몰리브데넘 가격이 강세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최근 국내 수입량 증가 추세와 내년 시황 악화 우려 등을 감안하여 내년 첫 시장 가격을 인하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내내 유통향 STS 수요가 부진했던 가운데 12월 들어선 평월에 비해 급증한 수입재가 국산재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STS 유통점들은 판매 목표 달성은커녕 가격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부정적인 시황 단기 전망과 협력사들의 영업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포스코는 몰리브데넘 가격 강세를 감안해 STS316L 할증료는 톤당 20만원 인상했다. STS316L 강종 제조원가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몰리브데넘은 중국 시장 50% 정광 거래 가격이 12월 셋째 주 톤당 3,760위안으로 하반기 마지막 주에 기록한 가격 톤당 2,740위안보다 37.3% 급등했다. 포스코로서는 몰리브데넘 가격 상승 폭이 워낙 큰 탓에 할증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포스코는 산업별과 거래 조건에 따라 1월 가격 적용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매입 업체별로 체감하는 가격 변동의 수준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STS 시장은 이번 포스코의 가격 인하 결정이 내년 상반기 시황 전체 흐름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는 포항제철소의 STS 생산 설비가 내년 1월 중순 내로 모두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물가 및 금리 추이, 원자재 시황 변화, 실수요업계의 재고 소비, 수입재 유입량 변화 등 변수에 따라 언제든 제조사의 가격 정책이 바뀔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