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지난 1일, 대기업 중심의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순위 1,000대 기업 중 철강과 자동차,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조선, 반도체, 화학 등 12대 주력 수출 업종 기업에 하반기 수출 전망을 물고 종합한 자료를 발표했다.
산업계 전체는 올해 하반기 수출이 전년 하반기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철강업계는 전년 하반기보다 0.6% 감소할 것이라 전망을 밝혔다. 철강 주요 수요산업인 일반기계 -4.6%(전년 동기 대비), 전기·전자 -1.3%보단 감소 폭이 작았지만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업 수출 0.2% 성장 전망치보단 부정적이었다.
철강업계에서 동남아시아와 중국, 유럽, 북미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크고 글로벌 공급 과잉과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과 연동되어 수출 단가도 하락할 것이란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선 올해 1~5월 철강재(계) 수출액은 127억4870만8,17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3억4천만달러, 15.5% 급감했다. 같은 기간 철강재 수출물량은 1,154만4,803톤으로 전년 동기 1,112만6,399톤과 큰 차이가 없었다. 물량은 비슷하지만 수출 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철강업계에서는 상반기에 원료 가격 약세에도 세계 경기 부진과 공급망 악화, 생산 차질 등으로 수출이 개선되기 힘든 조건이었다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연초보다 하반기 수출에 대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간 특집을 맞아 철강업 및 품목별 수출 현황과 전망을 확인해 봤다.
- 국산 철강 수출에 주요 걸림돌은?
■ (환율) 원화 약세에 더 이상 기대지 말아야
여느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환율은 철강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올해 1~5월 원-달러 환율은 평균 1달러당 1,297.93원(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하반기 달러당 1,250~1,440원 수준보다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산업계에서는 원화 가치가 내려가면 달러로 환산된 물건값이 싸져 수출이 잘 된다는 인식이 있다. 특히 최근 원화 가치는 2021년 8월 이후 줄곧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 이에 산업계의 경험대로면 철강과 국산 공산품 수출이 환율 하락 혜택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올해 국산 총수출은 1월 125억달러 적자, 2월 52억달러 적자, 3월 46억 적자, 4월 26달러 적자, 5월 43억 적자(5월만 1~20일 기준)로 부진했다. 올해 1~5월 철강재 수출액도 127억4870만8,17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3억4천만달러, 15.5% 급감했다.
이는 환율 하락이 더 이상 국내 제조업 및 철강 수출을 무조건적으로 떠받쳐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철강업계가 환율로 인한 수출 장점(메리트)에 기대지 않고 보다 면밀한 개별국가 수출 전략을 짜야 한다는 신호다. 경제계에선 올해 하반기 환율 최고가를 평균 달러당 1,355.9원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올해 5월까지 최고 종가가 달러당 1,344달러(5월 12일)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환율이 상반기 대비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율적 혜택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강업계의 하반기 수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 (세계 경제) 2020년대 들어 최악 수준
국산 철강 수출의 핵심 변수인 세계 경제는 저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에 대해 세계은행(WB)은 2%(4월 발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6%(3월 발표), 국제통화기금(IMF)은 2.8%(4월 발표)를 예상하고 있다.
실제 세계 경제 성장이 2021년 약 6.1%, 2022년 약 3.3%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이 꽤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에 대해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여건은 험난한 회복 과정”이라고 평가하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불안 요인이 해결되지 못한 채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디트스위스 사태 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는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내 경제 연구기관과 IMF, WB 등은 하반기 세계 경제가 상반기보단 개선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견조한 노동 지표와 정부 예산 한도 협상 타결,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로 인한 생산·소비 활동 증가, 주요 원료 가격 약세로 인한 신흥국 및 공업 제조국의 반사 이익 증가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 하반기 세계 경기가 반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세계 금융계와 철강 업계에선 긍정적 목소리가 조금 더 많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 (비관세 장벽) 주요 대륙에서 모두 강화 추세
현재 세계 무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는 약 200건에 달하고 있다. 이 중 한국산 철강·금속 품목에 대한 수입 규제는 한 해 평균 90건 이상 유지되며 화학품, 고무, 플라스틱, 섬유 등을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무역에서 점차 자유무역주의가 쇠퇴하고 자국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며 반덤핑과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최근에는 철강재 비관세 장벽도 높아지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운영한단 방침이다. EU는 유럽연합 지역 내 국가에서 생산된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등 총 6개 업종에 제품별 탄소배출량과 CBAM 감면 인증 여부에 따라 관세를 추가한단 계획이다. EU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겠다며 친환경 생산 및 소비를 강조하는 조치를 내린 것. 다만 역외 국가 및 업계에 더 큰 타격을 줄 명분으로 CBAM을 도입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표적 비관세 장벽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도 EU의 CBAM과 비슷한 탄소국경세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미 하원을 과점하고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상원위원 등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그 어느나라보다 친환경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비관세 장벽인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단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국산 판재류와 강관의 주력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도 비관세 장벽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자국 경제 활성화와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명분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으로 자국산 원료 또는 자국 내에서 생산·조립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 내에서도 일부 해외 생산법인과 국산 직접 수출에 영향이 커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이 국산 철강 수출을 압박하고 있다. 인도는 자국 철강 사업을 보호 및 육성한다는 취지로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철강에 관세 부과를 늘리고 있다.
또한 인도 정부는 철강수입모니터링시스템(Steel Import Monitoring System, SIMS) 대상을 확대하는 등 비관세장벽을 높이는 중이다. 인도 정부는 SIMS 대상 확대를 통해 기존 HS코드 제72류, 제73류 및 제86류 중 일부 284개 품목에서 동일 코드 내 530개 품목을 추가했다. 이들 HS코드는 철강 또는 철강 소재 제품 HS코드에 해당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국 제조업 생산자들을 보호하고, 내수 시장 육성에 힘을 쏟기 위해 일부 수입산 철강 제품군에 대해서 SNI 인증(Standar National Indoneisa) 획득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인증제도는 국제품질보증 ISO 9000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제품의 표준 품질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해당 제품의 품질이 국가에서 규율하는 일정 수준을 충족하는지 사전 심사를 받는 제도로 일종의 비관세 수출장벽 중 하나이다. 신청자에 따라 인증획득을 위해 필요한 기간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 인도네시이사는 철강제품에 대해 SNI 인증을 받기 위해 요구하는 서류를 늘리고 있고 절차도 보다 까다롭게 수정하며 자국 철강 시장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자국 산업 보호에 기반한 비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철강사들의 사전 대응과 ESG 생산 체제 강화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품목별 수출 현황 및 전망
▲ (열연) 상반기 수출 호황...내수 판매와 행보 엇갈려
올해 상반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판매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열연강판 수출은 115만6,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81만1,000톤 대비 약 42.5% 증가했다. 올 1분기 내수 판매의 경우 173만6,000톤으로 지난해 동기 (185만2,000톤) 대비 약 6.7% 감소했다.
이처럼 올 상반기 수출과 내수 판매의 행보가 엇갈렸다. 다행히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내수 판매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유럽의 수출이 급증한 이유로는 튀르키예 대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 철강 시장에서 튀르키예 수입 비중은 21%로 한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 2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현지의 물류 및 인프라가 붕괴됐다. 이에 철강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럽의 철강 수급 불균형 문제로 번진 것이다. 유럽은 튀르키예 지진으로 인한 철강 수급 공백을 한국에서 수입을 통해 충족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중남미 지역의 수출 증가가 괄목할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중남미 인프라 사업 및 설비투자가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지난 3월 동부건설이 중남미 인프라 공사 ‘로스초로스 프로젝트’ 단독 수주를 발표한 바 있다. 로스초로스 프로젝트는 2019년 5월 수립한 엘살바도르 정부의 ‘도로·교통 인프라 마스터플랜’에 따라 수도 산살바도르와 엘살바도르 서부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를 확장하고 붕괴 위험 지역의 우회 교량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에 올해 1~4월 엘살바도르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로 향하는 수출량은 13만6,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톤 대비 약 1,200%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5월 한국의 도화엔지니어링이 사업비 총 4억3,000만달러 규모의 ‘로스초로스 교량 건설 및 도로 확장 사업’을 최종 수주하면서 철강업체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변수로 꼽힌다. 중남미철강협회(ALACERO)에 따르면 2023년 철강 소비량 전망치를 6,800만 톤 수준으로 예측했다. 이는 전년 대비 1%가량 증가한 수치다. 중남미철강협회 알레한드로 바그너 회장은 “당초 소비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외부 요인으로 분위기가 뒤바뀌면서 평균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이후 눈여겨볼 것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향후 10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가치는 9,000억 달러(한화 약 12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설기계 및 철강업계가 우크라이나 재건으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러시아군의 파괴된 건물과 철도, 도로, 군사시설 등 인프라 시설을 복구하는 데 있어 대량의 철강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간의 소식에 의하면 전쟁으로 망가진 인프라를 복구하는 것보다 도시를 새로 짓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건설기계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후판)내수 전망 흐르지만 수출은 ‘맑음’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철강산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국내 후판이 경쟁력을 갖추며 상반기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총수출은 94만2,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3만5,000톤) 대비 약 12.8% 증가했다. 내수 판매의 경우 올 1분기 164만9,000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동기 대비 약 7.7% 감소했다. 이처럼 올 상반기 내수 판매와 수출의 희비가 엇갈렸다.
본지가 예측한 올해 수출량은 215만3,000톤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189만8,000톤 대비 25만5,000톤, 약 13% 증가한 수치다. 이는 올 상반기 친환경 에너지산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향후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올 상반기 후판 수출 호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50 탄소중립 요구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공급 부문에 154억5천만 달러를 배정한 바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유럽판 IRA로 불리는 넷제로 산업법(Net Zero Industry Act)의 시행을 앞두고 해상 풍력 발전 확대에 힘쓰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구조물은 고급 철강재가 필요한 만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산 후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올 상반기 유럽과 미국에서 수출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향후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철강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업계는 ‘친환경 에너지 강재 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올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규제 합리화 및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 기반 마련에 나선다. 이에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선점하여 후판 수출에 순풍을 불어 넣을 것으로 판단된다.
친환경 에너지산업에서 해상풍력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분야다. 전 세계적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크고 투자가 확대되는 만큼 향후 해상 구조물 건축에 들어가는 후판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유럽 집행위원회는 200억 유로(약 28조 원) 규모의 REPowerEU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7년까지 러시아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재생에너지 투자 기금을 마련한 것이다. 영국에서도 2030년까지 해상풍력 개발 목표를 40GW에서 50GW로 늘렸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소법에 따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2032년까지 연장했다. IEA는 2027년까지 미국의 연간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용량이 2021년 대비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용량 목표를 30GW로 설정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했을 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선진국의 해상풍력용 후판 수요는 최소 203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국산 후판에 대한 관심이 늘어 후판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과 같은 후판 수출 호황을 누리기 위해서는 해상풍력 후판 기술 개발 및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줘야 할 것이다.
▲ (냉연-전기아연도금) EGI 수출 갈수록 쪼그라들 것
전기아연도금강판(EGI) 수출이 하반기 올 하반기부터 점진적 축소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2EGL 가동이 중지되면서 평년 생산 수준에서 27만~30만톤 가량이 소멸돼 국내 EGI 공급에 변동성이 생기면서부터다.
내수와 수출은 절반가량으로 두고 판매 전략을 펼쳐왔지만 공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는 수출보다는 내수 공급이 우선시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환율이 급등하거나 국제 철강 가격이 반등하지 않는 이상 수출은 평년보다 10~2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EGI는 담장, 방화문, 배전함 등 건축용 수요에 주로 쓰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지속하고 있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반적인 건설 경기 위축으로 올 하반기는 수출은 상반기와 같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향 수출 수요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EGI는 통상적으로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의 측면과 후면에 쓰인다. 그러나 최근 세계 가전 시장이 하반기에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포함한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의 EGI 물량은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올 1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462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이는 2009년 이후 역대 1분기 중 가장 적은 수치다. 또 최근 TV 시장에서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프리미엄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가전사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꾀하면 꾀할수록 제품 단가가 올라가는 것이지 생산량이 느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EGI 수출 물량 확대에는 큰 기여를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 (컬러강판) 범용재 고객>프리미엄 고객
컬러강판 수출은 프리미엄 고객향 판매가 어려워진 가운데 범용재 고객향으로는 중국과 로컬업체 등과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프리미엄 고객향의 구매가 늘지 않는 이상 수출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판매 실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프리미엄 건자재를 중심으로 한 판매 부진이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산 프리미엄 건자재를 찾는 고객들은 미국과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 집중적으로 포진돼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프리미엄 가전을 생산하고 있는 해외 공장에 제공됐다.
그러나 유럽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이 일 년 넘게 지속되자 지붕과 벽을 장식하는 고부가 건자재 제품에 대한 구매 욕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다양한 색상은 물론 나무 등 소재의 무늬나 질감까지 표현할 수 있고 특수 강판으로 철강 시황과 기타 이슈 사항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기 불황을 맞은 것이다.
선진국 수출 시장에서의 건자재 공급량이 줄어들자, 컬러강판 업체들은 이를 동남아 등 지역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는 노력이 곳곳 포착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은 중국과 현지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먼저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국내 컬러강판업체들이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산 제품이 품질면으로는 우수하지만 가격 경쟁력에 밀려 수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강관) 위기의 자동차용강관, 수출 지역 다각화 필요
자동차용강관 제조업계가 국내 철강사의 높은 소재 가격 공급에 수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 물량을 늘리기보다 내수 물량이나 신규 수요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용강판 소재가 고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이 자동차용강관 업계의 소재 구매 부담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근로 시간 단축,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시키지 못하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용강관 업계는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의 불황에 제품 판매에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 감소의 여파로 부품업체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평균 60~70% 수준의 공장 가동률을 보이고 있지만 2차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타격은 크다.
이 때문에 자동차용강관 업계는 그동안 수출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내수 판매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전략을 가져갔다. 그러나 고가 소재의 사용으로 인해 수출에서도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자동차용강관 업계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과 해외 수출처 다변화 신규 제품 생산 등 매출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한두철강은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수출시장의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결과 1천만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이루게 됐다. 수출의 경우 아시아권에서 벗어나 미주, 유럽 시장으로서의 확대를 노력해 왔다.
이 회사는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던 해외시장 개척을 현재 상황에 맞게 검색엔진의 최적화 작업을 비롯해 온라인 마케팅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적극적인 자세로 구매자(바이어)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그 결과 미주, 유럽의 신규 구매자를 발굴했고 현재 수출을 진행중에 있다.
이어 율촌의 경우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폴란드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율촌은 이번 폴란드 법인 설립을 발판으로 부지 1만평, 건물 5000평 규모의 생산 시설을 건립한다. 오는 2024년 3월부터는 조관 및 자동차용강관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폴란드 제조 시설이 들어서는 곳은 현지 남서부의 돌르노실롱스크주다. 독일 제조업 투자 기업이 밀집해 있는 남동쪽 국경과 인접해 잠재 고객사와의 접근성이 좋다.
특히 폴란드 내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약 17만5000명으로 전체 산업인구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다른 유럽연합(EU) 내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조 비용, 인건비 등으로 인해 폭스바겐 등 다양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자리 잡은 것도 장점이다.
율촌은 국내 및 멕시코 사업장과 더불어 아시아, 미주 지역, 유럽을 아우르는 지역별 거점을 확보한 만큼 자동차용강관 분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 밖에도 자동차용강관 제조업계는 미국 중장비 시장공략을 통해 유압용실린더용강관 판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채굴에 필요한 중장비 수요가 늘어난 데다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가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미국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고 주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건설기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의 대미 수출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글로벌 물류난 등의 공급망 충격도 가격 인상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소재 사용에 수출 물량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자동차용 강관 이외의 에너지, 플랜트, 토목 및 건설 분야 등의 신규 수요 창출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STS) 지난해 생산 차질 여파 여전... 하반기 반등 기대
스테인리스 냉연강판(STS CR) 수출입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국산 공급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권 수입이 지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스테인리스강 냉연광폭강대 수출량은 12만905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3만2천톤, 20.9% 급감했다. 다만 5월 국산 수출량은 3만591톤으로 전월 대비 2.2% 증가했다. 올해 1월 1만761톤에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발생한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부문 설비 피해가 올해 1월부로 모두 복구되고 냉연 제조사들의 가동률이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제철소 피해 당시 스테인리스 업계는 수출 비중을 인위적으로 축소하고 최대한 국내 공급에 집중한 바가 있다.
포항제철소 생판 여파로 월별 수출량은 지난해 11월 한때 8천톤대 수준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업계의 조기 설비 복구 노력과 해외 생산 법인 활용 및 국내 재고 판매 등의 노력으로 월별 수출은 지난해 연말부터 1만톤대를 회복했고 올해 2월부터 2만톤대, 5월 3만톤대 수준으로 증가 추세다.
국가별로는 인도(1만9,503톤)와 멕시코(1만9,892톤)가 국산 STS CR 수입을 늘리고 있다. 특히 인도 수출실적은 전년 대비 64.8% 급증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의 건설 및 가전, 부품용 수요 증가와 국내 스테인리사와의 협력 강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일본(1만8,181톤), 베트남(1만3,282톤), 인도네시아(7,685톤), 벨기에(5,551톤), 미국(2,614톤) 등 전통적 수출 대상국으로는 실적이 매우 부진하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8%, 27.1%, 28.5%, 54.4%, 46.2% 급감했다. 아시아 주요 수출국에선 20~30%대 급감을, 유럽과 북미 주요 수출국에선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수출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 악화로 개별 국가의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세계스테인리스협회(worldstainless)는 올해 세계 STS강 소비량이 전년 동기 대비 0%대 성장(정체/중국을 제외한 아시아는 전년 대비 3% 증가 전망)할 것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생산 차질로 올해도 국내 안정적 공급이 우선시 되면서 수출 비중이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반기 STS CR 수출은 생산량 회복과 업계의 내수 수익성 악화로 인하 수출 필요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원소재인 국산 STS 열연강판 월별 생산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9,541톤, 8,355톤에서 12월과 올해 1월 3만7,232톤, 3만8,878톤으로, 2월과 3월에는 8만2,044톤, 8만9,652톤으로 2개월 간격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STS CR 생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인플레이션 상승 둔화 및 금리 연속 인상 중단 등 소비 투자에 긍정적 변수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건설 및 제조업이 시장 재개장(리오프닝) 효과와 당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이 가격과 수요 면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중국 시장 회복세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면 국산 수출 실적과 글로벌 스테인리스 가격대도 상반기와 같은 부진이 전망된다.
▲ (형강) H형강 수출, 감소세 이어져
국산 H형강 수출은 최근 5개년 기준으로 전반적인 감소세가 뚜렷하다. 올해 수출량 역시 지난해 대비 10% 내외의 감소세가 전망되고 있다.
반면, 포스코와 일본 야마토 합작사의 베트남 생산 물량을 비롯해 일본 야마토와 바레인 현지 회사의 합작 회사 생산 물량 등 바레인산 H형강이 국내로 수입되는 양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국내 H형강 수입시장 강자인 일본산과 중국산 물량도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4월 H형강 수출은 주요 수출국별로는 모두 두 자릿수 감소를 나타냈다. 다만, 4월 수출은 4만7,85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로는 17.6%가 줄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4.2%의 소폭 증가를 나타냈다.
반면, 올해 1~4월 H형강 수입은 18만8,739톤으로 지난해 동기의 14만4,761톤 대비 30.4%가 증가했다. 주요 수입국별로는 베트남에서 수입이 9.2% 늘었고, 가격 경쟁력을 회복한 중국에서의 수입은 248.3%나 증가했다. 지난해 엔저를 드에 업고 국내 수입 시장 점유율을 높였던 일본산 H형강은 같은 기간 8.7%의 물량 감소를 기록했다.
한편, 국내 H형강 수출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개년도 기준으로 연간 평균 96만6,200톤 수준의 수출량을 기록해 왔다. 다만, 2021년부터는 연간 기준으로 100만톤이 무너지면서 2021년은 81만톤, 2022년에는 68만톤 수준의 수출량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올해 수출 역시 10% 내외의 감소가 예상되면서 전반적인 H형강 수출량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철근) 철근 수출, 3분의 1 감소
올해 1~4월 국산 철근 수출은 9,039톤에 그치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32.1%가 감소했다. 다만, 국산 철근 수출은 내수 수요량인 1천만톤 대비 2만~4만톤 수준에 그쳐 그 절대적인 양은 철근 경기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형국이다.
올해 1~4월 철근 수출은 주요 수출국별로는 대부분 두 자릿수 감소를 나타냈으며, 싱가포르향 수출만 유일하게 88.5%가 늘었다. 다만 4월 수출은 3,274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로는 49.2%가 줄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97.9%가 증가했다.
한편, 국내 철근 수출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개년도 기준으로 연간 평균 3만5,280톤 수준의 수출량을 기록해 왔다. 따라서 철근 성수기 판단 기준인 연간 수요 1천만톤(수입 포함)에 비교하면 그 절대적인 양 자체가 많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 철근 내수는 946만톤, 수입은 84만톤 수준으로 전체적으로 995만톤 수준에 그치면서 연간 철근 시장 성수기 기준인 1천만톤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 (선재) 수급난에 수출 내수 전환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로 인한 소재 수급난에 올해 선재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업 차질 여파가 올 초까지 계속되면서 주요 수출 물량이 내수로 전환된 탓이다.
선재 생산과 내수 판매 역시 더딘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수급 정상화에 따라 물량 내수 전환도 풀리면서 올해 수출은 지난해 대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1~4월 선재(보통강+특수강) 수출은 29만7,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앞서 1분기(1~3월) 수출은 23만6,000톤으로 일시 증가 폭(1.4%)을 보였으나 4월 들어 감소 전환된 모습이다. 특수강 선재 수출 감소 영향이 주요 작용했다.
강종별로 살펴보면 1~4월 보통강 선재 수출은 9만9,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0%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특수강선재 수출은 16.0% 감소한 19만8,000톤에 그쳤다. 지난해 태풍 피해에 따른 소재 수급난으로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1~4월 선재 수입은 53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늘면서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강 선재(23만4,000톤)와 특수강선재(30만4,000톤) 수입은 각각 28.7%, 8.8% 증가했다. 선재 생산과 내수 판매도 올 초까지 더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 선재 생산은 73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고, 내수 판매 역시 14.8% 감소한 49만6,000톤을 기록했다.
선재 업계에서는 전방산업 회복 지연과 소재 수급난으로 인해 상반기 시황은 다소 부진하나 하반기 실적 정상화를 예상하고 있다. 건설과 기계용 부진에도 자동차용 개선 및 공급 차질 기저효과로 연간 내수 판매는 5% 내외 회복이 예상된다.
생산 실적 역시 상반기 태풍 피해에 따른 조업 차질 여파에도 하반기 정상화로 큰 폭 증가가 이뤄지며 특히 소재 수급난에 따른 물량 내수 전환이 하반기부터 풀리면서 올해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