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산 STS 냉연강판, 국내에 얼마나 많이 들어오고 있나?
베트남 스테인리스 강판 물량은 2021년 이전까지는 국내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STS 냉연강판 연간 수입시장 점유율이 1%도 차지하지 못할 만큼 매우 미미한 수입량만 기록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국내 사업장 외에는 마땅한 스테인리스 생산자가 없었고 한국과의 거래 중요성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22년 베트남산 스테인리스강 냉연광폭강대 수입은 5만5,457톤을 기록했다. 2021년 대비 67배(6,589.6%)나 급증했다.
게다가 올해 1분기에도 베트남 STS 냉연강판(광폭강대) 수입은 2만2,095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배 가까이(1,778.8%) 급증했다. 지난해 베트남산 전체 수입의 절반이 올해 1개 분기 만에 달성된 것. 게다가 일시적으로 베트남 물량이 급증한 것이 아니라 현재도 지속적으로 폭증하는 추세로 확인되고 있는 점이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산 STS 냉연강판의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1년 0.2% 수준에서 2022년 18.3%, 올해 1분기 23.6%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에 이은 수입 규모 2위로 전통적 거래국이었던 대만과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등을 뛰어넘었다. 오히려 4개국을 합한 물량보다 베트남산 물량이 많은 실정(2023년 1~5월 베트남산 수입 3만8,545톤/동기간 4개국 총수입량 3만8,206톤)이다.
- 베트남산 이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용진금속’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에서는 베트남산 물량 급증 원인 중 하나를 용진금속(Yongjin Metal Technology)으로 지목하고 있다. 베트남 용진금속은 중국 절강용진금속(Zhejiang Yongjin Metal Technology)의 베트남 생산법인이다.
용진금속 베트남 공장은 지난해 3월부터 STS 냉연강판 생산을 시작한 바 있다. 한국에서 베트남산 수입이 급증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현지에 마땅한 STS 열연코일(원소재) 공급처가 없는 용진금속은 대부분의 물량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STS강 열연코일이 베트남에서 냉연으로 재압연되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
게다가 용진금속은 베트남에서 STS 생산 규모를 확대한단 방침이다. 용진금속은 올해 4월, 이사회를 통해 정밀 스테인리스 강대(stainless steel strip)를 연간 26만톤 생산 공장 설립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용진은 해당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8만톤 규모의 300계 2B 제품 생산 공정과 연간 8만톤 규모의 300계/400계 BA 제품 생산 공정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용진금속은 3단계로 나눠진 프로젝트에 총 1억2,500만달러(약 1,65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특히 회사는 2분기 내로 BA 표면 콜드롤링(cold rolling) 생산 공장부터 건설을 시작하겠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빠르게 신규 공장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진 용진금속이 베트남 2공장의 완공 예정 시기나 건설 위치 등은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회사는 재무 보고서를 통해 투자액이 집행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용진금속은 현재도 베트남에 연산 25만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본진 격인 중국에선 총 4개의 스테인리스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회사는 올해 4분기에 태국에 공장 건축을 시작할 예정이며 인도네시아에서도 스테인리스 가공 공정을 확보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 주요 스테인리스 업체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반덤핑 제재 받고 있는 중국산 STS 우회 여부도 관건
미국 무역청(USITA)은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판과 스테인리스강 스트립(stainless steel strip/SSSS)이 베트남을 통해 우회 수입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USITA는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덤핑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산 STS가 용진금속과 같은 STS 냉연강판 제조사에 원소재를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베트남산 STS 가공품으로 일명 ‘택갈이(원산지 둔갑)’되어 해외 수출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15일, 미 무역청은 중국산 특정 스테인리스 강판과 SSSS이 베트남에서 추가 가공된 이후 미국 시장에 베트남산으로 수출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철강 통상을 담당하는 상무부(USDOC)는 베트남을 통한 우회 원인에 대해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스테인리스 제품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베트남을 이용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미 상무부는 조사 내용을 관세국(CBP)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2020년 5월 15일부터 베트남을 통해 우회 수출된 중국산 스테인강판과 SSSS에 대한 기존 청산 결과를 무효화하고 새로운 부과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통상 당국 및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중국 STS 밀들의 우회 수출 행태와 규모, 처벌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베트남산 STS 물량에 중국 철강사의 입김이 크다고 보는 국내 STS 시장의 여론과 우리 정부의 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중국산 STS 평판압연 강판은 지난해 2021년(2월 예비판정 최대 49% 부과/7월 최종 판정 최대 25% 부과/9월 3개국 업계와 수출가격 인상 약속 체결)부터 반덤핑 제재로 할당(쿼터)제 및 반덤핑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중국산 STS 강판 물량이 직접적으로 국내에 덤핑 가격에 유입되거나 대량 유입되기 힘든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중국 용진그룹이 당시 반덤핑 제재 국가 목록(중국, 인도네시아, 대만)에 포함되지 않은 베트남에서 생산법인을 통해 원소재를 추가 가공하여 국내에 공격적 가격으로 대량을 수출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사실상 우회 수출을 하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국내에서도 제재 필요 목소리 높아져
2년째 미증유의 베트남산 수입 물량 급증으로 국내 STS 시장에서도 베트남산 덤핑 제재 필요성을 언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처럼 물량 폭증으로 국내 업체들이 반덤핑 제소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용진금속 측은 지난해부터 국내 대형 STS 업체들과 접촉하여 물량을 조정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 덤핑 피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고 호소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자는 의미로 파악됐다.
다만 이 같은 상호 간 최소 신뢰 구축을 위한 구두적 성격의 초기 협의는 용진금속 측에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려는 물량 조정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현재 사실상 파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용진금속에서 먼저 특정 물량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지만 이후로도 대량 물량을 한국에 저가 수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STS 업계 일각에선 베트남산 물량과 가격이 상대국 산업계에 피해를 끼치는 덤핑 수출 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하며, 용진금속 등 베트남 업체들의 개선 노력도 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통상 당국에 반덤핑을 요청하는 안을 이전보다 깊이있게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수입재 취급 업체 등은 원소재 확보 및 생산 구조 차이로 수입재가 국산보다 저렴한 가격 정책을 쓰기 유리한 조건임이 명확한 상황에서 저가 수출국들을 무더기로 제재하려는 것은 국내 실수요 업계와 수입재 취급업계만 옥죄이고 국내 대형 제조사들의 이익만 챙기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시장의 다른 일각에선 국내 STS 업체들도 수입재 덤핑 문제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수입대응재 가격 경쟁 강화 및 물량 확대, 생산 강종 확대 및 소량생산-특수강종의 공급 보장 등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