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철강 수요가 대부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 진입하는 3분기도 대부분 품목에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여름철 혹서기 진입과 장마에 따른 전통적인 수요 감소, 거기에 국내외적인 경영 환경 변화로 철강재 수요 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2년은 예상과 달리 호조를 보였던 상반기와 대내외 악재에 시달린 하반기로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 하반기의 침체와 어려움이 한 해 내내 지난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수요산업 부진 등 올해 철강 수요 전망을 암울하게 하는 요소들은 첩첩산중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도 뼈아프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철강업체들은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철강재 수요가 기대치를 밑돌며 실적 하락에 신음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1조위안 규모 국채 발행을 검토하는 등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화할 수 있어 하반기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우선 열연강판(HR)은 부진한 내수 판매에 고전하고 있지만, 중국산 HR 오퍼 가격 반등 속에 국산 HR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고 있다.
후판업계는 늘어나는 조선용 후판 수요 대비 건설을 비롯한 비조선용 후판 수요 부진으로 전망이 어둡다. 또한, 중국산 후판이 저렴한 가격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어 국산 후판 가격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냉연판재류 가격도 3분기 강보합세를 지켜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가격 하방 압력으로 가격 인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착색아연도금강판(컬러강판)의 3분기 가격 반등 역시 요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열연강판 등 원소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원가 하락분 반영 요구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 구조관 제조업계는 제조원가 이하의 제품 판매 때문에 여름철 비수기 역대급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철근 시황 역시 비수기 부진 속에 유통가격 하락을 벗어나지 못했다. 건설발 수요 부진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동국제강은 전기 요금 절감을 위해 7월 한 달간 주간 조업 없이 야간 조업만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강사의 마감 가격 고수 의지 천명과 유통가격 약세가 지루하게 이어진 올해 H형강 시장도 3분기 전망이 밝지 않다. 상반기 내내 하락했던 스테인리스(STS) 유통가격도 하반기 초반 약세가 유지됐다. 다만, 각 업체의 수익성이 한계 수준에 이른 만큼, 장마철 비수기에 급격한 하락세 대신 약보합세가 계속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한편, 특수강 봉강 시장은 제조사의 가격 동결 및 인하 조치로 보합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비수기인 7~8월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판매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끝으로 선재는 2분기 중국 감산에 따른 재고 감소와 함께 원부자재 가격 회복으로 일부 반등 시점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지속된 경기 부진과 하계 비수기 진입으로 수요가 둔화하면서 3분기 역시 전반적인 약보합세가 점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