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철강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의 2군 철강 제조업체들은 1군 철강업체들이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친환경적인 전환을 향한 조치를 취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석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1군 철강업체들은 타타스틸과 JSW스틸, SAIL 등 글로벌 시장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고로업체들이며, 2군 철강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만 활동하는 소규모 고로사들이나 해면철 생산업체들이다.
서벵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샤시 판자(Shashi Panja)는 지난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콜카타(Kolkata)에서 열린 ‘스틸민트(SteelMint) 컨퍼런스’에서 “석탄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요 2군 제철소와 해면철 생산업체들은 석탄을 직접환원철(DRI) 가마의 1차 연료로 사용하고, 1군에 해당하는 일관제철소는 이를 자체 발전소에 사용한다. 해면철 부문은 2022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까지 국내산 석탄 765만 톤을 소비했으며, 해외 시장에서도 석탄을 조달했다.
인도 철강부는 철강업계의 탄소 배출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지난 4월 13개의 녹색 철강 태스크 포스를 승인했다. 인도의 1군 제철소들은 천천히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 하고 녹색 수소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2군 제철소들의 친환경 전환에 대한 논의는 스크랩 가용성이 낮고 탄소 감소 기술의 높은 비용으로 인해 여전히 조용한다.
인도 철강부 조티라디티야 신디아(Jyotiraditya Scindia) 장관은 지난 2월 1군 철강업체들의 경우 철스크랩 활용량을 현재 15%에서 향후 5년 내에 25%로 늘리고 2047년까지 50%로 늘리 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2군 철강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명시하지 않았다.
인도 내에도 석탄과 철광석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상황인 데다 아직 국내 철스크랩의 가용성이 낮고 수입 철스크랩을 동부 지역으로 조달하기 위한 높은 물류비용이 발생하면서 2군 철강업체들은 아직 탈탄소화에 소극적이다. 인도 정부가 자동차 폐차 정책 등 철스크랩 발생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내놨지만 고철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컨퍼런스 참가자들은 말했다.
세계석탄협회(World Coal Association)의 미셸 마누크(Michelle Manook) 회장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지정학적 문제로 인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저렴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석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석탄은 인도의 에너지 요구 사항을 충족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석탄을 활용하더라도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과 같은 기술로 전환하여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MN Dastur and Company의 수석 컨설턴트인 데바르카 샤크라보티(Debarka Chakraborty) 또한 “기후위기의 진짜 문제는 석탄이 아니라 이산화탄소이다. CCUS 기술을 활용한다면 탄소 배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고의 1차 철강 제조업체인 JSW스틸과 타타스틸조차도 마하라슈트라 주 살라브에 있는 JSW의 DRI 공장에서 일일 100톤 용량, 자르칸드에 있는 타타스틸의 잠셰드푸르 공장에서 일일 5톤 용량에 불과한 소규모 CCUS 프로젝트만 운영하고 있다. CCUS 기술의 비용으로 인해 소규모 생산업체에서는 재정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것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규모 해면철 제조업체는 CCUS나 수소환원제철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탄소 저감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용 효과적인 탄소 감축 메커니즘이 도입되지 않는 한 화석연료 사용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인도의 경우 탄소 배출 문제 해결 이전에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조강 생산을 연간 3억 톤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군 제철소들은 기존에 운영 중인 석탄 원료 기반 일일 300톤 규모의 DRI 생산설비를 일일 500~600톤 규모의 설비로 확장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2군 철강업체들이 탄소 배출에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는 EU가 도입한 CBAM의 대상이 타타스틸과 SAIL, JSW스틸 등 수출 비중이 높은 1군 철강업체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2군 철강업체들은 내수시장에만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 배출 저감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인도의 경제 전문가들은 207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내세운 인도에서 2군 철강업체들이 석탄 기반 제강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인도 경제가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으며, 비용 효율적인 탄소 저감 솔루션이 나오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