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내 비철금속 업체들의 경영실적은 메탈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외형이 축소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부진의 파고에 부딪치며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재생연 제조업 외에 대부분의 업종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고, 대형 제련소를 보유한 빅2 제조사의 성적도 떨어지긴 했지만 나머지 업체들의 수익성은 일부를 제외하곤 급격히 하락하며 영업손실을 기록한 업체들이 속출했다. 메탈 원자재 가격에 크게 좌우되는 비철금속 업종의 특성을 감안하면 지속가능한 수익 확보 노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본지에서 금융결제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발표된 118개사 경영실적을 집계한 결과, 전체 매출(단독재무 기준)은 43조6,56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8.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 특성 상 메탈 원자재 가격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비철금속 업체들의 매출은 글로벌 메탈 가격 움직임에 좌우되는데, 2022년과 달리 지난해 비철금속 연평균 현물가격은 전기동 3.63%, 알루미늄 16.78%, 아연 23.91%, 연 0.56%, 니켈 15.07%, 주석 15.07% 등 모든 품목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함께 대부분 공급과잉으로 전환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바 있다.
금속 가격 움직임에 따라 아연, 니켈 관련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체 매출은 2021년 이후 3년 연속 4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최근 공급 차질 이슈가 부각되면서 메탈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업체 가운데 LS MnM은 매출이 전년 대비 7.0% 감소했지만 9조8,038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업체를 차지했다. 이어 고려아연(7조2,911억 원), 풍산(3조1,006억 원), 하이호금속(1조6,414억 원), 영풍(1조5,467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 원자재 가운데 아연 가격이 가장 크게 떨어져 매출 순위에서 영풍이 하이호금속에 뒤쳐지는 결과가 나왔다. 동원시스템즈와 단석산업은 2년 연속 매출 1조 원을 상회했는데, 비철금속 제조업 외에 다른 사업부문의 성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최대 업체인 노벨리스코리아는 3월 결산법인이라 실적 조사에서 빠졌는데, 3조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빅2의 매출은 업계 전체의 39.2%, 빅5 매출은 53.6%에 달했는데, 이는 2022년에 비해 각각 0.1%p, 0.3%p 높아진 것이다. 시황이 부진할수록 대기업 편중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대상 업체 가운데 22개사의 매출이 전년대비 증가했으며, 폐배터리를 재활용하여 재생연을 만드는 업체들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 국내외 자동차 생산이 늘면서 배터리 수요가 뒷받침 됐고 예상 외로 배터리 교체 수요도 늘면서 재생연 수요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아연 및 연(18개사) 매출이 10.2%, 니켈(4개사) 11.4%, 동제련 및 신동(40개사) 6.8%, 알루미늄(50개사) 8.9%, 타이타늄(6개사) 7.1%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업계 전체적으로 외형이 축소된 가운데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118개사 전체의 영업이익은 2022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23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수익성 악화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2022년에 9개사였던 영업손실 업체가 29개사로 급증했다. 흑자 전환 업체 4곳을 포함하여 39개사만 영업이익 증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 빅2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전체 실적에서의 점유율은 2021년 50.1%, 2022년 55.8%에 이어 지난해에는 75.4%로 급격히 높아졌다. 빅5로 확대하면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중소 업체들일수록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순이익으로 보면 대형 업체들의 비중이 더욱 절대적으로 높아진다. 빅2를 제외한 116개사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2022년에 비해 81.3% 급감했다. 당기순손실 업체는 33곳에 달했다. 전체 순이익에서 빅2가 차지하는 비중은 82.7%, 빅5로 넓혀 보면 95.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18개사 가운데 규모가 작은 113개사의 순이익 규모가 4.7%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 비철금속 제조업체의 경우, 불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자생능력이 떨어지고 신설비 투자나 신수종 사업 개발을 추진할 만한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메탈 원자재 가격 의존도가 높은 수익구조의 개선이 반드실 필요한 상황임을 반증한다.
외형과 수익성 지표가 모두 부진함에 따라 지난해 118개사 전체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순수익률은 각각 2.8%와 2.1%를 기록했다. 빅2를 제외하면 이마저도 1.1%와 0.6%로 낮아진다.
올해 비철금속 업종의 경영실적은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반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련업종의 경우 제련수수료가 크게 떨어져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최근 금속 가격 상승으로 실적 개선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공업체들은 국내외 경기가 약소하게나마 개선되고 있고 원자재 가격도 오르면서 외형과 수익성 모두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앞으로도 외형 성장과 수익성 제고의 두 가지 문제를 두고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