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업계, 버티다 버티다 올해 첫 인상 시도
국내 스테인리스(STS) 업계가 수입산 가격 인상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니켈 가격 재상승세와 미 달러 강세 등으로 수입업계 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STS 업계로서는 5월 가격 인상 조건이 속속 갖춰지고 있다.
수입재 STS 강판 취급 업체들은 4월 중순 들어 STS304 냉간압연강판 가격 등을 톤당 5만~10만원 수준 인상하고 있다. 이에 일부 대형 판매점의 경우 STS304 냉간압연강판 가격 호가가 톤당 315만~32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다만 장기 수요 부진으로 수요가들이 반발하고 있어 월말까지 호가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수입 유통업계가 오랜만에(올해 첫)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수입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중국과 동남아 등 저가 수출재 지역에서 니켈 가격 강보합세로 동결 및 일부 인상 결정이 이어져 부담이 쌓여왔고, 최근엔 대금 결제 수단이 미 달러가 달러당 1,400원에 육박하면서 수입업체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수입 유통업계가 적정 수익성 확보를 위한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는 가운데 국내 STS 제조사와 판매 대리점들은 국내 STS ‘가격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 STS 제조사와 유통사들은 지난해 STS 수입 급증과 수입 유통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수익성과 판매·경영 실적이 악화를 겪고 있었다. 수입업계가 지난해 현지 수출 가격이 낮은 점을 이용해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제조사는 출하 가격 인하로, 유통점들은 제조사 출하 가격보다 더 큰 폭의 인하(제조사 가격 인하 폭 문제)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난 2022년 10월, 포스코산 STS304 냉연강판의 유통 가격은 톤당 440만 원 수준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니켈 가격 하락과 수입 급증으로 2023년 10월 가격은 톤당 360만 원 수준으로 급락했고, 올해 4월에는 톤당 340만 원 수준으로 2022년 10월보다 100만 원가량 하락했다.
특히 2022년 국산과 수입재의 유통 가격 차는 통상 50만 원 수준(국산이 상위 가격) 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는 30만 원 수준 차이로 좁혀져 있다. 수입재 취급 업체와 국산 취급업체 모두 적은 수요에 가격만 놓고 더욱 치열한 출혈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점의 경우 현재 가격 수준이 매우 ‘비정상’적이라 보고 있다.
■ 국산 STS價, 수입재價 압박 덜고 글로벌 시장과 궤 맞출까?
이러한 가운데 수입재 취급 업체들의 이번 가격 인상 시도로 국내 STS 시장도 글로벌 가격 인상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4월 가격의 경우 글로벌 주요 STS 밀들이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런던금속거래소(LME) 니켈 가격 상승세(톤당 1만8천 달러 수준 회복)로 일제히 300계와 400계의 할증료(출하 가격)를 인상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선 거의 유일하게 국내 STS 밀들이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수요 부진 속 국산 가격만 오르면 수입재보다 가격 경쟁력만 악화되면서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수입재 업계의 판가 인상 움직임으로 국내 STS 업계도 가격 인상을 추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STS 밀들이 두 개의 대형 전쟁 및 중동 갈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유럽 등의 STS 수요 회복 기대감에 5월에도 할증료 추가 인상 또는 최소 4월 가격 수준 유지에 나서리라 예상되고 있다. 국내 STS 업계가 가격 인상을 고려할 요소들이 앞으로 더 쌓일 수 있단 전망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국내 STS 제조업계가 5월에도 가격 인상 없이 시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보고 있다. 한 STS 업계 관계자는 “일부 수요 회복 기대감과 대외 STS 가격 상승, 니켈 가격 강세 추이, 일부 유통점들의 요구 등이 주요 가격 결정 요소들이 5월 국산 STS 인상을 가르키고 있다”라며 “하지만 국내 STS 제조업계는 수익성과 실수요 업계 반응, 수입재와의 유통 가격 차, 통상 문제 사이에서 복잡한 셈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종종 업계 예상이나 글로벌 STS 시장 동향과 동떨어진 결정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