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제품의 품질 관리를 위해 비파괴 검사를 많이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엑스선을 활용하지만 금속 제품은 잘 투과하지 못해 분석이 어렵다. 이런 경우 중성자를 활용한 검사가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원자로가 아닌 가속기를 이용한 중성자 영상검사 장치가 개발되어 화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입자 가속기인 사이클로트론을 활용해 중성자를 만들어 비파괴 검사를 실시해 선명한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중성자 영상검사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300마이크로미터(0.3mm) 결함까지 확인할 수 있는 해상도를 확보해 미국, 일본 등 해외의 가속기 기반 영상검사 장치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며, 최종 인허가도 획득해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
중성자는 수소나 리튬과 같이 가벼운 물질과 잘 반응하고 금속과 같이 무거운 물질을 잘 투과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존의 엑스선으로 검출하기 어려웠던 결함이나 금속 내부를 비파괴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중성자를 만들 수 있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이용한 중성자 영상검사 기술을 개발해 자동차, 항공기 및 군수부품, 연료전지 등의 분야에서 활용해 왔지만, 원자로를 운전하는 기간에만 검사가 가능해 산업계에서 중성자 영상검사를 활용하는데 제약이 컸다.
반면, 해외에서는 연구용 원자로뿐만 아니라 소형 가속기를 활용한 중성자 비파괴 검사를 개발·활용하고 있다.
이에 핵물리응용연구부 정봉기 박사 연구팀은 연구원의 첨단방사선연구소(정읍)에서 운영 중인 가속기, 30 MeV 사이클로트론을 활용해 중성자 영상검사 장치를 개발했다.
사이클로트론 기반 중성자 영상검사 장치 구축 개념도 및 실제 모습. (사진=원자력연구원)먼저 사이클로트론에서 발생한 양성자를 베릴륨(Be) 표적에 조사해 중성자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개발했다. 사이클로트론의 부분 출력만으로 초당 1조 개의 중성자가 발생하고, 최대 출력 시 초당 50조 개까지 발생한다.
이렇게 만든 중성자가 물체를 통과해 검출기에 반응하면서 발생한 빛으로 이미지 영상을 만드는 장치를 개발해 사이클로트론 기반 중성자 영상검사 장치를 완성했다.
향후 연구원은 개발된 장치를 자동차, 우주, 방위산업 분야 산업체가 비파괴 검사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현장에 직접 장치를 설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2020년부터 4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융복합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해 얻은 결과다. 특히, 연구원 핵물리응용연구부, 중성자과학부,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의 3개 부서 연구진으로 구성된 융합연구팀이 역할을 나누고 협업해 얻은 성과로 그 의미를 더한다.
이동원 핵물리응용연구부장은 “가속기 기반의 중성자 영상검사 기술을 확보해 산업 및 국방 분야에서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대용량 고속 중성자 발생장치 개발도 추진해 산업계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