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탄소 규제와 관세 인상 등을 통해 철강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철강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인도에서 철강 수입에 대한 규제 논의가 강화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철강업계는 최근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베트남산 철강의 수입이 늘면서 인도 철강산업의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 전망에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말 베트남에서 인도로 3만5,000~4만 톤가량의 열연강판 운송 계약이 톤당 590~595달러 수준으로 체결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당 거래가 인도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톤당 24~36달러 낮은 시세라고 평가했다.
현재 인도에서 열연강판은 톤당 646~658달러 정도로 거래되고 있으며, 현재 인도로 운송될 열연강판은 모두 최근 인도 BIS 인증을 취득한 베트남의 포모사하띤스틸(Formosa Ha Tinh Steel Corporation)의 제품이다.
나렌드란(T.V. Narendran) 타타스틸 대표이사는 “베트남산 철강 수입 물량이 적으나 수요자가 점차 늘어나 인도 철강기업들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베트남산 철강 수입을 두고 자국의 과잉생산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수익을 포기해가며 행하는 ‘덤핑’ 행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나렌드란 대표이사는 “인도 철강산업의 발전을 위해 불공정하게 가격이 책정된 철강은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4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인도는 총 830만 톤의 철강을 수입했고, 이로 인해 철강 순수입국이 됐다.
그리고 2024 회계연도 이전까지 수입 물량이 거의 없던 베트남산 철강은 2024 회계연도에는 약 100만 톤이 수입됐다. 베트남산 철강제품은 2003년 체결된 인도-ASEAN FTA의 관세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현재 20개삭 넘는 베튼마 철강기업이 인도 정부의 BIS 인증을 위해 절차를 밟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가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인도 정부에 전달한 상태이다.
이처럼 베트남산 철강 수입이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EU의 세이프가드 연장으로 인해 베트남 외에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철강업체들의 공급 방향이 바뀌면서 해당 국가들로부터의 철강 수입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 철강업체들은 이전에도 동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수입 증가를 지적한 바 있으며, 올해 5월에는 중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이 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경고한 바 있다.
인도철강협회(ISA) 사무총장 알록 사하이는 ”지난해 중국과 일본의 철강 공급이 이미 증가했다“고 지적하고 ”지난 2년 동안 인도 정부가 어떤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철강 생산량을 늘리려는 야심찬 계획을 방해하는 ‘약탈적’ 수입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인도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인도 기업도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가격을 인하해야 급증하는 철강 수입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철강업계와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BIS 인증 등을 통한 각종 품질 및 인증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관세 부과와 수입 쿼터 등 철강 수입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