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수요산업계 기상도는 산업별로 세부 흐름이 다양하게 분포될 전망이다. 역대급 침체를 이어가는 건설경기와 달리 기계와 가전, 자동차산업은 부정·기회요인이 상존해 있고 조선산업만 슈퍼사이클급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10.4%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17.4%)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올해 민간수주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동행지표인 건설투자도 전년 대비 1.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건산연은 2022년~2023년 건축 착공이 감소한 가운데 올해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공사의 부진이 지속돼 건설 투자가 하반기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기계산업은 국내 주요 수요산업 경기 회복 지연, 중국의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러-우 전쟁 및 이-팔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와 공급망 충격, 주요국들의 고금리 및 인플레이션 장기화 등 각종 대내외 악재로 인해 내수와 생산, 수입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 하반기에도 기계산업 생산이 다소 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수출 증가 및 내수 개선으로 생산 감소세가 완화되면서 하반기 기계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 연간으로는 전년(-7.8%) 대비 감소 폭이 크게 축소된 1.7% 감소가 예상된다.
가전산업은 올 상반기 프리미엄 생활가전 중심으로 수출 증가와 기저 효과 영향으로 소폭 성장했다. 하반기에도 프리미엄 신제품 중심의 국내 생산과 글로벌 수요 회복에 대응한 해외 생산 확대가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가전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을 예상하며 연간으로는 2.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수요가 회복세에 접어드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스마트 가전 신제품 출시와 고효율 제품 수요 증가로 프리미엄 제품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조선업계는 슈퍼사이클급 호조를 보이고 있다. 수주가 내리 쏟아지는 가운데 1분기 수주액도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우리나라 선박 수주액이 세계 1위를 달성한 것은 2021년 4분기 이후 3년 만이다.
1분기 우리나라 선박 수주액은 136억달러(18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4% 급증하면서 중국 선박 수주액인 126억달러(17조3,000억원)를 앞질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조선소 순위가 바로 세계 조선소 순위가 되는 조선산업 신화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3~4년치 일감을 쌓아둔 상황이다.
산업부는 올해 조선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상반기 'K-조선 초격차 기술 로드맵'을 마련하고, 하반기에는 중소 조선소의 경쟁력 강화와 조선 기자재 산업의 수출경쟁력 확대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자동차 산업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상반기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드는 반면 하반기에는 1.4% 늘어날 전망이다. 연간으로는 1.3%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상반기에는 지난해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수요 변화 대응에 따라 업체별로 생산라인 조정을 위한 가동 중단이 반복되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했다.
다만 하반기의 경우에는 부품 공급망의 불안정 해소에 따른 가동률 상승과 수출 호조세 지속, 중견업체들의 신규 모델 생산 등으로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