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원자재 가격은 1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에너지 섹터가 주도한 1분기와 달리 2분기에는 비철금속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모두 상승하면서 S&P 등이 집계하는 종합 원자재 지수가 강세를 보였다.
긴축통화 정책 종료와 완화 전환 기대감이 경기 낙관론과 맞물리면서 원자재 시장에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구분 없이 가격 랠리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가 최근 5년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고 미 연준도 하반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하여 3분기까지도 가격 랠리 전망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지난 5월 중순 이후의 단기 랠리에서처럼 과열에 따른 등락을 반복하는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구조적으로 빡빡한 광산 공급 여건과 중국 제련소들의 감산, 인공지능 열풍에 편승한 데이터 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인해 구리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수요 낙관론이 유지되고 있다.
■ 상반기 글로벌 시장 동향
비철금속 시장은 최대 소비국인 중국을 둘러싼 여전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경기 낙관론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에 상반기동안 투자자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었다. 특히 아연과 니켈, 리튬에 이어 구리 시장에서도 감산 이슈가 부각됐다.
광산 공급 차질과 중국 제련소 감산 등에 힘입어 상승 랠리를 전개해온 전기동 가격은 지난 5월에 톤 당 1만 달러를 돌파했다. 비철금속 대장주 역할을 하는 전기동 가격의 상승 랠리에 힘입어 나머지 메이저 금속 가격도 동반하여 상승장을 연출했다.
특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전기동 가격의 움직임은 실물 수요를 위협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투기자금이 거래소에 유입이 크게 늘면서 촉발된 가격 랠리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구리와 아연, 니켈 등 광산 공급 차질 이슈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확대 등은 비철금속 가격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실제 수요 움직임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점 때문에 최근 가격 랠리가 다소 과다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전기동 가격 강세와 달리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입 수요를 가늠하는 양산항 수입 전기동 프리미엄은 최근까지 마이너스를 형성하고 있다. 계절성상 4월부터 감소세가 일반적인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전기동 재고는 중국 내 제련소 감산에도 연중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수급 상황을 인지하고 높아진 전기동 가격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상승 랠리 지속 가능성보다 한동안 변동성 확대를 통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의 시작은 금속 거래 전반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과 영국이 부과한 러시아의 알루미늄, 구리, 니켈 거래 금지 조치에 힘입어 LME 거래량은 4월 중 1,700만 건이 넘는 계약이 거래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의 경우 LME의 총 포지션 수는 2023년 말부터 5월 10일까지 38% 이상 증가했다. 새로운 거래 호황은 모든 비철금속 가격에 모멘텀을 제공했다. 현재 공급 상황과 관계없이 이들은 연초부터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투기적 베팅의 물결로 인해 수요가 기대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는 심각한 위험이 따른다. 실제 수급 상황은 현재 시장 현실에 대한 위험 신호로 남아 있다. 구리의 경우, 우선 LME 3개월 선물과 현물 가격 스프레드가 오랜 기간 콘탱고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장에 잘 공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5월까지 선물 프리미엄은 톤당 14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다소 변동이 있었지만 2012년 이후 평균 프리미엄은 톤 당 12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수요 지표 역시 현재의 과대 광고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양산항 수입 전기동 프리미엄은 5월 중순까지 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또한 메탈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상풍력과 같은 미국 부문의 수요를 억누를 수 있고, 전기자동차가 비용과 수익성 때문에 계속해서 차질을 겪고 있다. 구리 가격 급등으로 오히려 구리 수요를 억제하게 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시장 펀더멘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투기가 시장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대규모 포지션 보유자가 베팅을 풀기 시작하면 하락 조정 움직임이 본격화 될 수 있다. 대체적인 시각은 주요국이 긴축 속도를 조절하고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 있는데, 시장 수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그동안 유동성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지난해 불거진 부동산 산업이 유동성 위기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의 80%가 신축 부동산이라 인프라 구축 등 비철금속 수요가 매우 많다는 측면에서 중국 부동산 경기의 침체는 비철금속 실물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리스크를 경감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경기부양 실효가 어느 시점에 드러날 지가 여전히 변수가 될 전망이다.
■ 거시경제 여건…연준 통화긴축 완화에 주목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고강도 통화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OECD, IMF, 세계은행 등은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견조한 경제 지표들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럽에서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고 일부 경제 지표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PMI도 최근 3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선을 상회하며 단기 경기 확장세를 예고하면서 원자재 지수 상승세를 지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경계심을 높여온 미국 고용시장은 민간고용 증가세 둔화, 실업률 반등 등을 예고해 연내 금리 인하 당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하반기에도 잔존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원자재 시장 전반의 가격 하방경직성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동지역 긴장과 함께 하반기 미국 대선을 앞둔 외교정책 불확실성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건설·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아연, 신동 압출제품 등의 수요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