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조선 부문의 경기 호조에도 건설 및 중장비, 기계 부문의 침체로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보였던 경강선재업계가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지가 주요 경강선재업체들을 취재한 결과 상반기 경강선과 와이어로프 실적은 비교적 선방했으나 PC강(연)선과 이형PC강봉 등 건설 부문을 주 수요처로 하는 품목들은 사실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의 경우 환율 효과로 인해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려제강과 DSR제강을 제외한 내수 중심의 업체들은 건설 경기가 최악의 침체를 보인 데다 자동차와 조선을 제외한 다른 부문의 실적도 부진한 탓에 상반기 사실상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품목별로 우선 자동차용 스프링 등에 사용하는 경강선의 경우 상반기 자동차 생산이 전년 대비 보합 수준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선방했으나 건설 부문 수요가 급감하면서 당초 예상보다는 부진했다.
영흥이 생산하는 경강선. (출처=영흥)와이어로프의 경우 주요 수출국들의 크레인 수요 증가와 함께 세계적인 광산업 투자 확대로 인해 관련 수요가 증가한 데다 조선업 경기도 호조를 보여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다만 국내 건설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경우 역시 실적이 부진했다. PC강(연)선과 이형PC강봉은 경강선재 품목 중 실적이 가장 부진했다. 국내 건설 경기가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저가의 중국산 수입재 침투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한 제조업체 영업 담당 임원은 “PC강(연)선과 이형PC강봉의 경우 중국산 수입재의 국내 시장 잠식이 워낙 심하다.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더라도 출혈경쟁으로 인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수요가들 또한 품질에서 크게 차이가 없어 가격이 낮은 중국산 수입재를 더 선호한다. 나중에 건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두 품목은 판매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봉강의 경우 자동차 부문은 비교적 견조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으나 반도체와 산업기계 부문은 회복이 다소 더딘 편이며, 내년 상반기에나 관련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제품 가격의 경우 비수기이지만 포스코 등 고로사들이 소재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경강선재업계에서도 제품 가격을 사실상 동결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악재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내시장의 경우 자동차, 조선 생산은 전년 대비 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건설, 기계, 중장비 등은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출시장 또한 환율효과는 사실상 끝난 상황이며, 중국과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경기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신흥국들 또한 인프라 부문의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이 지속되고 있어 채산성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도널드 트럼프가 올해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자동차와 배터리, 반도체 등 주요 수요산업과 달리 철강의 경우 상황이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제조업체 임원은 “자동차와 전자,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수요산업의 경우 미국과 EU가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수요산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산업의 경우 미국과 EU향 수출이 막힐 경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밀어내기 수출을 지속하면서 트럼프 당선 시 오히려 중국산 수입재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감산 효과를 이야기하는 데 현재 중국 내수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감산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도 악재가 많아 경강선재 시황도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생산을 감축하는 동시에 재고 관리 위주로 경영을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자동차와 조선, 산업기계 부문이 주력인 경강선과 와이어로프, 마봉강 수요는 비교적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PC강(연)선과 이형PC강봉 수요는 최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강선재업계에서는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더욱 실적이 악화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업체들을 제외하면 대다수 업체들이 매출 역성장과 영업이익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