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지속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건설경기가 역대급 침체를 이어가면서 최근 용접 H형강(Built-up H형강, BH형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BH형강은 규격화된 RH형강(Roll H형강)과 달리 후판을 절단·용접해 만드는 제품으로 필요한 치수만큼 강재 사용으로 로스(Loss) 최소화 설계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RH형강 규격 적용이 어려운 경우 BH형강을 설계에 반영한다. 다양한 구조의 건축물에 맞춤형 규격으로 제작이 가능해 자유로운 공간 설계가 장점이다.
충북 강소 후판 유통업체 송암철강도 올해부터 BH시장에 본격 뛰어들며 출사표를 던졌다. 송암철강은 설립 때부터 닦아온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자재부터 임가공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H형강 최대 장점은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에 있다는 평가다. RH형강 유통시세는 최근 톤당 110만원에 육박하며 연초 대비 큰 변동이 없는 반면 후판 가격은 106만원대에서 90만원 선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아울러 건축물이 점차 대형화되면서 하중이 큰 건축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의 원가절감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RH형강으로 설계된 건축물에 BH형강으로 재설계하면 통상 10%가량 강재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곧 수요가들의 경제적 효과로도 이어지는 셈이다.
BH형강 시장에서 선봉장은 역시나 포스코다.
포스코는 2013년부터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BH형강을 활용한 건설강재 수주전에 본격 돌입하기 시작했다. 기존 포스코 판재를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다.
2017년에는 고객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기존 RH형강과 성능은 같으면서도 강재 사용량을 15~20% 줄인 Pos-H형강를 출시했다.
2019년 프리미엄 강건재 통합브랜드 이노빌트(INNOVILT)를 론칭하며 BH형강 시장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노빌트 대표 제품 중 하나인 Pos-H는 내진성능을 가진 강구조솔루션으로 건설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코의 내진용 후판 및 열연강판으로 제작해 내진성을 강화했다.
내진성능은 건물의 뼈대가 되는 기둥과 보가 지진충격에 견디는 종합적인 성능을 의미한다.
건축물 설계 시 하중을 지탱할 수 있는 강도와 흔들림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연성을 확보해 내진성능을 강화하게 되는데, 이때 보·기둥 접합부의 성능이 전체 구조물의 내진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내진 성능이 높을수록 연성이 좋아 구조물이 붕괴되지 않고 큰 폭으로 유연하게 변형되는 셈이다.
포스코는 그간 다양한 구조실험을 통해 기술을 인증 받았으며, 설계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국내 건축업계의 내진수준 향상에도 기여해왔다.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 강구조 실험동에서 실시된 세계 최고 보 높이 1,500mm Pos-H보·기둥 접합부 내진 실험 장면. 대규모 지진력이 작용하더라도 보와 기둥의 파단 없이 보가 끝까지 지진에 견디는 것을 볼 수 있다.이를 통해 포스코는 지난해 4월 한국강구조학회로부터 Pos-H를 이용한 세계 최고 보 높이 1,500mm의 보·기둥 접합부에 대해 내진성능 최고 등급인 '특수 모멘트 접합부' 인증을 받기도 했다.
보·기둥 접합부는 지진 발생 시 건물이 안전하게 좌우로 변형될 수 있는 수준에 따라 크게 △보통 모멘트 접합부 △중간 모멘트 접합부 그리고 최고 등급인 △특수 모멘트 접합부로 구분된다.
특수 모멘트 접합부를 건축물에 적용하면, 규모 7.0의 지진에도 안전하며, 내진성능 인증이 없는 보통 모멘트 접합부보다 최대 30%까지 구조부재 물량 절감이 가능하다.
포스코의 특수 모멘트 접합방식은 기존의 복잡 방식 대비 단순하고 제작이 용이해 공기 단축 및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전 세계 건축구조 분야의 기준을 만든 미국에서도 특수 모멘트 접합부로 인증받은 보 높이는 최고 1,400mm이나, 실제 사용 가능한 최고 보 높이가 920mm임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의 보 높이에 대해 최고의 내진성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피탈랜드 고양 데이터센터에도 특수모멘트 접합 인증을 받은 높이 1,100mm의 Pos-H 보가 적용되기도 했으며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에 Pos-H 제품 적용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간 RH빔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던 현대제철도 시장을 지키기 위해 대형 생산규격을 확대하면서 차별화와 강종 다양화로 맞서고 있다.
기존 82종에 국한됐던 RH형강 규격을 176종으로 확대했으며, 구조적으로 최적화된 규격 선정으로 경제성을 향상시켰다. 아울러 판폭두께비 조건 등 강구조기준에 적합한 규격 선정으로 구조안정성을 더했다.
현대제철 BH형강은 BH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소재-제작 연계를 통한 최적 설계로 경제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제작하며 일괄공급체계 구축을 통한 사용자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