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기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부동산 부문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한동안 설비 유지보수로 감산을 실시했던 철강사들의 고로 생산 재개와 함께 원료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중국의 철강 가격이 급락했다.
9월 1주차 상하이와 톈진의 판재 가격은 톤당 50~210위안 하락했고, 건설재 가격은 톤당 30~140위안 하락했다. 다만 톈진의 100mm H형강 가격은 변동이 없었다.
최근 중국 수요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제조업과 건설 및 부동산 부문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대비 0.3%p 하락한 49.1%를 기록했다. 중국 제조업 PMI는 지난 3월 반년 만에 기준치를 넘으며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이후 4월(50.4)까지 '50 이상'을 유지했지만, 5월 들어 49.5(5월)→49.5(6월)→49.6(7월)→49.1(8월)로 4개월 연속 '기준치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 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철강산업의 최대 수요처인 부동산 부문의 침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시장분석기관 CRIC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상위 100대 부동산업체의 매출액이 2,512억 위안(약 47조원)으로 전월 대비 10% 하락했다. 8월은 중국 부동산업계에서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작년 8월과 비교하더라도 매출 감소 폭이 26.8%에 달했다.
이와 같이 수요산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은 증가한 반면 재고 감소 폭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철강 전문 미디어 Mysteel에 따르면 247개 철강 생산업체의 평균 BF 용량 활용률은 전주 대비 0.64%포인트 증가해 8월 30일~9월 5일 기간 동안 83.6%에 도달했다. 이는 그동안 설비 유지보수를 실시했던 철강사들이 생산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 철강사들의 5대 주요 제품 재고는 408만 톤으로 전주 대비 3% 감소하고 2017년 12월 말 이후 최저 기록을 기록했다. 유통업계가 보유한 5대 주요 제품 재고는 전주 대비 71만4,800톤 감소하여 7개월 만에 최저인 1,780만 톤을 기록했다. 다만 재고 감소 폭은 전주 대비 줄어들었다.
이처럼 수요 부진과 함께 공급 물량 감소 폭이 줄어든 상황에서 원료 가격은 하락했다. 9월 1주차 수입 철광석 가격은 톤당 680~683위안으로 전주 대비 70위안 하락했고, 전국 45개 도시의 철스크랩 가격은 톤당 2,040위안으로 전주 대비 24위안 하락했다. 다만 코크스 가격은 전주 대비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철강업계에서는 성수기 진입에도 제조업과 부동산 부문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철강사들이 고로 생산을 재개하면서 공급 물량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철강 가격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와 아세안은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역내 제조업 설비 투자 확대와 공공프로젝트 투자 증가로 철강 수요 호조가 지속되고 있으나 역내 철강업계의 생산능력 증가와 중국산 저가 수입재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 몬순시즌 비수기에 따른 건설 경기 둔화로 철강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인도와 아세안은 제조업 부문의 수요는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몬순시즌 건설 경기 둔화, 역내 생산능력 확대 및 수입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도 지속되고 있어 몬순이 끝나는 9월 말 이후에나 철강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자동차를 포함한 전반적인 수요산업 경기 부진에도 유통업계 및 수요업계의 재고 감축으로 판재 가격은 보합 수준을 유지했고, 제강사들의 출하가격 인상에도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재 가격 또한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일본 철강시장은 재고 감소와 출하가격 인상에도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철강 가격이 보합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미국 철강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일부 수입재가 증가했으나 자동차와 에너지, 인프라 부문의 견조한 수요와 함께 8월 이후 제강사들의 가동률 하락으로 인해 공급 물량이 감소하면서 판재 가격은 소폭 상승했으나,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건설재 가격은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철강시장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건설 부문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으나 자동차와 에너지, 인프라 부문 수요가 유지되고 제강사들의 설비 유지보수에 따라 공급도 감소하고 있어 철강 가격이 소폭의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유럽은 아시아산 저가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 강화에도 공급망 충격과 에너지 대란에 따른 제조업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인한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철강 가격이 하락했다. 유럽 철강시장은 저가 수입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으나 자동차와 건설업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단기간 내에 반등하기는 어려우며, 현지에서는 감산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