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는 리튬 생산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정잭 개편안 검토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칠레 동·광업연구소(CESCO)는 '국가경제와 관련된 리튬의 잠재력과 미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다니엘라 Vantaz 및 CESCO 이사, 파트리시오 GEM 엔지니어, 아를레네 광업부 자문관 등 정·재계 인사들 임석 아래 칠레 리튬 시장의 현황 및 개선 방안에 대한 브리핑이 진행됐다.
리튬은 주로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 두 종류로 나뉜다. 탄산리튬은 암석에서 채취한 상태의 리튬을 의미하며 수산화리튬은 탄산리튬에서 탄산을 제거한 리튬이다.
현재 탄소중립론이 대세가 되면서 전기자동차, 이차전지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리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풍부한 염호(소금호수)를 갖춰 리튬 생산에 용이한 환경을 지닌 칠레는 리튬 매장량 기준 세계 1위이며, 생산량도 호주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기록중인 리튬 강국이다. 칠레의 연간 리튬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4만 4,000톤으로 이 중 탄산리튬이 63% 수산화리튬이 34%의 생산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칠레는 지난해 리튬 국유화를 선언하며 국영기업을 내세운 리튬 채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리튬 채굴 및 판매에 분산된 용력을 집중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에서는 칠레의 구체적인 국가 리튬 정책에 대한 비판 및 개선점의 관한 제언의 목소리가 나타났다.
글로벌 전구체 기업 GEM의 CEO 후안 이그나시오는 "현 칠레의 국가리튬전략은 칠레가 세계 리튬 산업의 선두주자일때를 전제로 한다"며 "현재 칠레는 결코 리튬생산의 선도국이 아닌만큼 새로운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정책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리튬 채광에 있어 별도의 광업법이 적용되는 점도 지적됐다. 알리나 Bofill Mir 법무법인 파트너는 "현행 광업법은 일반적인 채광권에 리튬 채굴권을 배제한다"며 "별도의 리튬 개발허가가 없는 광업권자에 대해서도 리튬 채굴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개발 현장 광업권 취득에 있어 리튬과 이외 광종에 대한 별도 분류로 인해 리튬 개발 운영권 보유자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때문에 마리쿤가 염호에서 칠레 국영광업 기업 코델코(Codelco)가 호주 리튬파워인터내셔널(LPI)을 모회사로 둔 MSB를 합병하는 등 리튬 채광권 보유 기업이 일반 채광권을 보유한 기업 또는 채광권을 자체를 매입해 광업권 혼동을 해소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외에도 리튬 개발 프로젝트 추진 시 지역사회의 의견 반영 강화에 대한 주장 등 상생가능한 발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타났다.
대대적인 민·관 합작 리튬 개발 프로젝트 착수
리튬 생산량 확대를 위해 칠레 정부는 국가 전역에 걸친 염호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원활한 개발을 위해 자국 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합작사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알토안디노스 프로젝트(Salares Altoandinos)에 착수한 칠레광물공사(ENAMI)는 2034년까지 탄산리튬환산기준(LCE) 6만 톤 생산 달성을 목표로 염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ENAMI는 알토안디노스 지역에서 총 1만 3,000미터의 시추를 진행하는 등 해당 지역 리튬에 대한 면밀한 탐사 정보를 확보한 국영 기업이다.
ENAMI의 리튬직접추출(DLE) 기술 개발 해외외국환업무기관(RFI)에 30개 기업이, 알토안디노스 개발 파트너십 구축절차에 12개사가 참여하는 등 활발한 민·관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마리쿤가 염호 리튬 개발에 있어서도 칠레의 광업 기업 심코(SIMCO)와 칠레 국영 광업기업 코델코(Codelco)의 합작 개발 프로젝트가 시행중이다.
두 기업은 마리쿤가 염호 내 수산화 리튬 생산을 위해 이온교환법 DLE 활용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22년부터 가동한 파일럿 플랜트(상용화 전단계 생산 시설)를 통해 파나소닉 배터리용 99.5% 순도 수산화 리튬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생산된 수산화리튬에 대해 원자력위원회(Cchen)의 판매 허가를 취득했으며, 25년 1분기 타당성조사(F/S)를 거쳐 27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튬 채굴 전문기업 클린테크 리튬(CleanTech Lithium)도 리튬직접추출(DLE)을 활용한 그린 탄산리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클린테크 리튬은 현재 마리쿤가 염호 인근에 ▲Laguna Verde(LV) ▲Viento Andino 2가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LV 프로젝트는 LCE 연산 2만톤에 달하는 생산량을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초기 탐사단계가 진행중인 ▲Arenas Blancas ▲Llamara 프로젝트를 각각 아타카마 및 야마라 염호에서 개발중이다.
칠레 수산화리튬 생산 증대, 국내 리튬 공급망 다각화로 대 中 의존도 낮출까
칠레에 대대적인 리튬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한국의 리튬 공급망 변화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소비하는 리튬은 대부분 수산화리튬으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사용된다. 탄산리튬에 비해 수산화 리튬의 에너지 밀도와 용량이 높아 고성능 에너지저장장치(ESS) 제작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차전지, 전기차 등 리튬 수요 산업의 비중이 높은 국가로, 부족한 내수 자원 탓에 리튬 공급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특히 수산화 리튬수입에 있어 중국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아 2022년 기준 전체 리튬 수입 중 중국산 리튬 비중이 64%로 집계됐다.
중국 리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 공급망 확보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칠레의 수산화 리튬 염호 개발은 한국의 공급망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미 장래에 칠레산 수산화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2년 한국-칠레 정부 간 리튬 등 핵심 광물의 탐사·개발을 양국이 함께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MOU가 체결되기도 했다.
아울러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이차전지 기업 역시 칠레의 리튬 광산과 염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민·관의 다발적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칠레산 수산화리튬 확보의 현실화를 통한 대 중 리튬 의존도 감소가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