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가격이 나날이 하락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라고 각광받으며 탄소중립 실현의 필수원료로 여겨졌던 리튬 답지 않은 가격 동향이다.
주로 이차전지, 전기차 배터리 제조 등에 사용되는 리튬은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나뉜다. 탄산리튬은 원 암석에서 추출한 상태의 리튬을 의미하고, 수산화 리튬은 탄산리튬에서 가공을 거쳐 탄산을 제거한 리튬을 뜻한다.
2010년 들어 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전기차 등 리튬 수요 산업들의 부상이 시작되면서 리튬 수요도 폭등했다. 탄산리튬 기준 지난 2021년 8월 1KG당 98위안(약 1만 8,300원)에 불과하던 리튬 가격은 1년이 조금 넘은 2022년 11월 560위안(약 10만 4,800원)을 기록해 최고가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리튬가는 꾸준히 하락해 지난달 5일 기준 KG당 70.5(약 1만 3,180원)위안으로 3년 전 급격한 가격 반등이 나타난 이래 최저가를 기록했다.
업계는 급격한 리튬 가격하락의 원인으로 대표 리튬 수요산업인 전기차 판매의 부진을 꼽고 있다. 전기차 산업은 지난 2022년 기준 리튬 소비의 50%를 차지하는 최대 리튬 소비산업이다. 현재까지도 최유망 산업으로 평가받는 전기차 산업은 지난 2008년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매해 3자리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성장세는 점차 둔화되더니 지난해 불과 30%대의 성장률만을 기록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일시적 수요 정체기인 케즘(Chasm)에 빠졌다는 평가다. 전기차 케즘의 원인으로는 부족한 설비 인프라가 지목되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주요소에 비해 전기차 배터리 충전소 숫자는 턱없이 적다.
전기차의 비싼 가격도 전기차 성장을 둔화시키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차종을 막론하고 전기차 가격은 내연차에 비해 일반적으로 1,000만원 이상 높다. 비록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하나, 높은 초기 투자비용은 여전히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출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긍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전기차 산업이 정착될수록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문제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준 전기차 급속 충전소 개수는 연평균 40%이상이 증가해 2020년에는 14만대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43.3만대로 급격한 인프라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구매 비용 역시 배터리 정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제작 비용이 낮아져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당장 리튬 수요 반등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미-중 무역분쟁에 전 세계에 리튬재고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중국의 패권경쟁이 무역분쟁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개편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공개하면서 리튬 수요에 악재를 예고했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무역분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출처=링크드인새롭게 발효된 법은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서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의 원자재를 사용한 전기차 구매에만 보조금을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중국은 세계 제 1의 수산화리튬 생산국으로 수산화리튬은 주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다. 하지만 IRA가 발효됨에 따라 중국산 수산화리튬을 사용한 전기차 구매에 보조금을 받기 힘들어지면서북미 시장으로 수출되던 중국 수산화리튬이 갈 곳을 잃게 됐다.
미국으로의 수산화리튬 수출에 큰 타격을 받다보니 막대한 양의 재고가 국제시장에 지속적으로 쌓일 예정이다. 중국의 수산화리튬 재고 증가가 예고된만큼 수산화리튬의 원료가 되는 호주 탄산리튬 수입량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