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대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역내 건설 부문 침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공급망 충격과 물류대란에 따른 제조업 부문 침체 등으로 인해 유럽의 철강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부터는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럽 경제는 2022년 3.4% 성장한 후 2023년에는 0.4% 성장했다. 그리고 올해도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Eurostat에 따르면, 2분기에 유로존 경제는 1분기 수준인 0.3% 수준의 성장률을 보였다.
2분기 회원국들의 경제 성장률은 비교적 큰 차이를 보였다.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GDP는 전 분기 대비 0.1% 감소한 반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각각 전 분기 대비 0.3%, 0.2%, 0.8% 성장했다. 많은 회원국들의 꾸준한 성장으로 유럽은 독일 경제의 침체를 보상할 수 있었다. 전년 대비 유로존 경제는 2분기에 0.6% 성장했다.
유럽 철강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약한 편인데, 성장을 저해하는 수많은 거시적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WSA)는 “유럽연합과 철강 수요산업은 지정학적 변화와 불확실성, 높은 인플레이션, 긴축 통화정책 및 예산 지원의 일부 철회, 그리고 여전히 높은 에너지 및 상품 가격 등 수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2024년 EU 명목 철강 소비, 전년比 1.4%, 2025년 4.1% 증가 예상
올해 초부터 유럽철강협회(EUROFER, 이하 ‘협회)는 EU의 명목 철강 소비 증가에 대한 예측을 두 번이나 지속적으로 낮췄다. 현재 소비 증가율은 2024년에 1.4%에 불과하여 1억2,7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최소한의 증가율조차도 2023년의 재앙적인 해 이후의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 지난해 철강 소비량은 전년 대비 8.7% 감소하여 1억2,600만 톤에 그쳤다.
협회는 2025년 EU의 명목 철강 소비가 전년 대비 4.1% 증가한 1억3,3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경제의 주요 철강 수요산업 부문의 동향 및 전망은 다음과 같다. 우선 건설 부문은 EU에서 가장 큰 철강 수요산업으로, 총 철강 소비의 33%를 차지한다. 그런데 건설 부문은 여러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해 압박을 받고 있다.
협회 애널리스트들은 “건설자재 가격 상승, 일부 EU 국가의 노동력 부족,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 특히 긴축 통화정책 강화로 인한 이자율 상승이 건설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자동차·기계, 2024년 1.4%, 3%, 1.9% 감소, 2025년은 1.8%, 2.3%, 2.1% 증가 전망
그 결과, 건설 부문은 2023년에 전년 대비 1% 감소했지만, 감소 폭은 기존 예상보다 적었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며, 이는 기존에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EU의 건설산업 규모는 2024년에 전년 대비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말부터 통화정책이 완화되고 프로젝트 자금 조달 조건이 개선되면서 2025년 건설 활동이 전년 대비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 중요한 산업은 전체 철강 소비의 18%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문이다. 최근까지 이 부문의 상황은 유럽 경제의 많은 부문보다 훨씬 나았다. 수요 개선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생산은 2023년에 예상보다 훨씬 크게 성장하여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자동차 산업의 개선은 올해 5월까지 지속되었는데, 이 지역의 4대 주요 시장 중 3곳(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에서 자동차 등록이 급격히 감소했다. 산업의 지속적인 침체, 전기 자동차 표준에 대한 불확실성, 낮은 소비자 신뢰로 인해 협회는 올해 EU의 자동차 생산이 전년 대비 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5년에는 기저효과와 경기 회복으로 인해 전년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시경제 상황과 소비자 소득이 개선될 때까지 자동차 수요는 약세를 유지할 것이다. 소비자 수요는 또한 신차 모델 출시에 대한 불확실성과 전기 자동차 충전소 부족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반면, 산업 전망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와의 경쟁 증가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EU의 철강 소비에서 약 14%를 차지하는 기계 부문은 제조업 부문 전체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에너지 가격 쇼크와 높은 이자율과 경제적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인해 2022년 5.7% 성장한 후 2023년 2.6%로 둔화됐다.
그리고 올해에는 하반기 일부 수요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계 부문 생산이 전년 대비 1.9% 감소할 전망이며, 2025년에는 기저효과로 인해 전년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6월에 시작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자체는 유럽 경제의 급속한 회복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다. 인하 규모는 극히 작으며, 신용 비용이 하락하고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6개월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협회 애널리스트들들은 유럽 경제의 주요 철강 소비 부문의 경제 활동이 내년에야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주로 신용 가용성 증가와 산업 및 소비자 수요 개선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는 이미 유로존 경제 상황에 대한 개선된 예측으로 이어졌다. 특히 ECB는 2024년 유로존 GDP 성장률에 대한 예측을 0.9%로 상향 조정했고, 2025년 유럽 경제는 1.4-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