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도금강판 제품들이 트레일러를 통해 화물 운송되고 있다./중국 바이두(baidu)
올 들어 중국산 아연도금강판 가격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국내 수요가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국산 제품보다 약 20만 원가량 저렴한 중국산 아연도금강판 제품을 들여온 영향이다. 경기 둔화로 아연도금강판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에 수요가 몰린 탓이라는 분석이다.
2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중국산 아연도금강판 수입은 77만 1,134톤으로 우리나라 내수 판매의 25%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연도금강판 4톤 중 1톤은 중국산이라는 뜻이다.
중국 아연도금강판 수출 가격이 작년 하반기 700달러대로 꺾이면서부터 국내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4~5월 810달러를 기록했던 중국산 평균 단가는 6월 한 달 만에 795달러를 기록한 후 연말 711달러까지 낮아졌다. 수출 단가가 700달러 선으로 낮아지면서 수요가들은 중국산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작년 8~12월 중국산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매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11월 수입은 12만1,163톤으로 일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8.7% 늘기도 했다.
올해도 중국 수출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중국산 제품 구입은 늘고 있다.
올해 1월 중국 수출 평균 단가는 692달러로 지난 한 해 평균 단가(749달러)보다 약 8% 낮아졌다. 이후 600달러 후반 선과 700달러 초반 선의 가격 등락을 거듭했다. 다만 국산 제품과 가격차는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기준 국산 아연도금강판과 중국산 아연도금강판 평균 단가는 각각 714달러(약 95만원)과 113~115만원으로 15~20만원 수준의 가격 격차가 난다. 지난해 약 20만원 수준의 가격 차이가 여전한 것이다.
수입량도 증가 추세다. 최근 8개월간 중국산 수입은 88만 2,86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한 달간 수입만 보더라도 11만1,735톤으로 작년보다 14% 늘었다.
일각에서는 600~700달러가 위태로운 가격 구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5년간의 중국산 수입동향을 살펴보면, 수입가격이 600~700달러를 기록하면 물량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 까닭이다.
실제로 2019년(620달러), 2023년(749달러)에는 120만톤에 가까운 중국산 수입량을 보인 반면, 2020년(599달러), 2021년(953달러),2022년(916달러)에는 각각 80만 톤, 115만 톤, 85만톤으로 120만 톤을 밑돌았다. 중국 수입산에 대한 수요가들의 심리적 안정선은 700달러선으로, 가격이 너무 낮거나 높으면 구매 심리가 악화된다.
2019~2024년 중국산 아연도강판 수입 추이./철강금속신문 DB업계 관계자는 "구매자들이 무조건 싸다고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수요가들은 통상적으로 5% 이하의 제품 불량률을 수용한다는 조건 하에서 적정 가격은 700달러, 품질은 중국 2~2.5급 수준을 가장 매력적인 구매로 본다"고 설명했다.
중국 양대 철강업체인 바오스틸(Baosteel)과 안산강철(Ansteel)은 아연도금강판 내수 유통가격에 대한 정책으로 9월과 10월 두 달에 거쳐 각각 100위안(약 1만 9,000원)과 600위안(약 11만 3,800원) 인하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수출 가격 하락에 중국산 수입은 계속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올해 들어 표면처리강판업체들의 판매가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아연도금강판 원판 구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수주 잔고를 넉넉히 채우지 못하고 있는 데크업체에서의 수요 개선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만큼 수입 증가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