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발 철강 가격 급등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철강 가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 특수강업계는 아직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제조업체들과 유통업계 모두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들의 반발로 인해 각력 인상을 거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다만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가격을 내리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에서 가격을 인하할 경우 마진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처럼만의 호재에도 특수강업계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주요 전방산업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등에 따르면 9월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7%, 선박 수출은 무려 76.2% 증가하면서 안정적 수요를 창출했으나 건설 및 기계, 중장비 등은 최악의 침체가 지속됐다.
게다가 특수강업계에서는 자동차 생산이 증가해도 전기차 비중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는 실제 수요 증가는 미미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선박 또한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중국산 수입재의 공세가 지속되는 것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9월 중국산 수입 물량은 4만7,377톤으로 전월 대비 17.1% 감소했다. 하지만 9월 누적 기준으로는 중국산 수입 물량이 51만7,692톤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한 상황이다.
특히, 일부 강종의 경우 중국산 수입재가 국내 시장에 덤핑 판매되면서 국내 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으며, 매출액 50억 원 미만의 소형 유통업체들은 상당수가 부도를 맞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조업체들과 유통업계 모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신사업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어 중장기 성장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철강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는 수요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선진국들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부진도 심화된 상황에서 경기 반등이 쉬울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