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철강 AX, 기술 문제 아닌 경영의 문제다
중동 전쟁은 다시 한 번 한국 제조업, 특히 철강산업이 얼마나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드러냈다. 에너지 가격, 원자재 수급, 물류 불안은 모두 철강사의 손익계산서로 직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통상부 장관이 노동계를 직접 찾아 ‘노사정이 한마음으로 위기를 넘자’고 요청한 장면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닌 산업정책의 핵심 의제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 같다.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제조업의 AI 전환(M.AX)은 산업 경쟁력을 높여 결국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이 발언을 기술이나 노동 정책의 언어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철강사 CEO와 경영진에게 이 메시지는 훨씬 직설적이다. AI 전환은 더 이상 IT 부서나 연구소의 과제가 아니라, 최고경영자가 직접 책임져야 할 생존 전략이라는 뜻이다.철강산업은 이미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 중국발 가격 압박, 탄소 규제 강화는 일시적 변수가 아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원가와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은 상수가 됐다. 이런 환경에서 기존의 생산 방식, 품질 관리, 설비 운영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은 사실상 경영 리스크를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AX의 본질은 ‘자동화’가 아니다. 철강산업에서 AI는 원가 구조를 통제하고, 품질 변동성을 줄이며, 설비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는 경영 도구다. 공정 조건의 실시간 최적화, 품질 불량 예측, 설비 이상 감지와 예방 정비, 에너지 사용 최적화는 모두 수익성과 직결된다. 경쟁국 철강사들이 이미 이 영역을 기본 역량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하지만 AX를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일자리 감소’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민주노총이 산업부에 전달한 우려 역시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그러나 기업은 보다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AI를 도입해서 줄어드는 일자리보다, 경쟁력을 잃어 산업 자체가 축소될 때 사라지는 일자리가 훨씬 크다는 사실이다. AX를 미루는 결정은 현상 유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충격을 키우는 선택일 수 있다.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식이다. 철강산업 AX는 무인화 공장을 지향하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다. 오히려 숙련 인력의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판단을 보조하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이는 인력 구조의 급격한 축소가 아니라, 직무의 재편과 고도화를 요구한다. 경영진이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노사와 공유하지 않는다면, AX는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갈등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이번 산업부 장관과 민주노총의 회동은 6년 만에 이루어졌다. 특히 장관이 직접 노총을 찾았다는 사실은 정부 역시 제조업 AX가 사회적 합의 없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음으로 비춰진다. 이는 동시에 기업 경영진에게도 메시지를 던진다. AI 전환을 ‘현장에 통보할 사안’이 아니라 ‘함께 설계할 전략’으로 끌어올릴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철강산업의 AI 전환은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투자다. 그러나 투자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은 훨씬 크다. 원가 경쟁력 상실, 품질 신뢰도 하락, 글로벌 고객사 이탈은 재무제표보다 먼저 시장에서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가 손익으로 반영되기 전에 방향을 바꾸는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중동전쟁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철강산업 구조적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AI 전환은 위기 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제 철강사의 AI 전환을 ‘미래 투자’라고 추상적으로 표현할 단계는 지났다. 이미 AI는 기술이 아니라 경영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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