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산 후판 수급이 조선용을 중심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선용 수요만 500~6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가운데 후판 제조업계가 수익성 및 판로 개선에 따라 생산량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조선용 중심으로 견조한 내수 실적 '지속'...수출은 연속 감소 가능성
본지는 2022년 중후판 내수 판매량이 714만톤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1년 추정치 대비 5% 남짓 증가하리라 분석했다. 2019년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한 이후 3년 만에 700만톤대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견조한 조선용 수요에 더불어 건설/토목 및 풍력, 기계 산업, 유통 판매가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빡빡한 내수 수급으로 수출에 대한 중요성은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는 2022년 수출 전망을 2021년 추정치보다 2~3% 감소한 200만톤 극초반대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유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후판의 주요 단골인 베트남, 인도, 필리핀 등에서의 경기 악화와 한국산 구매 관망세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후판 생산량은 내수 수요 회복과 원료 가격 안정세로 지난 2년 평균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2022년 중후판 생산량을 2021년 추정치보다 4~5% 증가한 915만톤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 조선소는 물론, 중형 조선소들도 2년 치 일감을 확보하는 등 넉넉한 조선용 수요가 기대되는 가운데 앞으로 전남 해상 풍력 사업 등 국내 대규모 그린 뉴딜 사업으로 비조선용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제조업 후판 설비 가동률이 2020년대 들어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용 및 비조선용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수입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연말 중국 후판 제조업계가 한국행 수출 오퍼 가격을 톤당 820~830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저가(低價) 제시했기 때문이다.
국산 수입대응재의 지난해 연말 유통 가격이 톤당 105만~108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1월~2월 선적될 예정인 중국산 후판의 계약 원가는 톤당 90만원 후반대~100만원 초반대 수준이다.
이에 본지는 중국산 수입이 본격 재개될 것으로 예측하며 2020년 중후판 수입량을 2021년 추정치 122만톤 대비 23%가량 급증한 149만톤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2020년~2021년 연 수입량이 예년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체감되는 수입 증가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수출세 부과 가능성과 글로벌 원료가격 추이 등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선업계 2022년 협상價, 인하 요구하나?>
올해도 후판 제조업계와 조선사 간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급등하던 철광석 가격이 반대로 하반기부터 급락하면서 업계 간 이해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조선소의 경우 지난해 후판 등 강재 가격 급등으로 경영 수익이 악화됐다며 올해 협상 가격 인하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후판 제조사들은 원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과 글로벌 판재류 가격 상승세를 협상 가격에 반영하는데 성과를 달성했다. 상반기 협상과 여름철에 열린 하반기 협상이 모두 인상되기로 합의되면서 한 해 동안 약 톤당 30만원 수준 인상됐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선박 수주량 증가로 후판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예년과 달리, 일본과 중국 철강업계가 대량의 덤핑 수출을 추진하지 않은 점도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철강업계가 가격 인상을 요구할 충분한 조건이 이뤄지면서 조선업계는 최근 들어 보기 드문 높은 인상률을 받아드렸다.
다만 올해는 조선용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가운데 철광석 가격 급락에 따른 인하 압박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7월 한때 톤당 210달러에 이르렀던 가운데 지난해 11월 셋째 주, 톤당 89달러 수준으로 약 58% 급락했다. 지난해 조선용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철광석 가격 급등이 꼽혔던 만큼 가격 인하 압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후판 제조업계는 대응 전략을 갖춰 올해 협상에 임할 방침이다. 후판 제조업계는 더욱 빡빡해진 공급 상황과 선가(船價) 상승세, 그동안의 적자 수준 공급 노력 등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철광석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기록하는 점도 적극 어필할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철광석 가격은 톤당 100달러 초반대를 회복한 가운데 동절기 이후 중국의 조강 생산량 증가 전망으로 강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후판 업계 일각에서는 조선업계 입장에서도 큰 폭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긴 어려울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글로벌 선주들에게 후판 등 강재 가격 급등으로 선박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신조선 계약 선박의 평균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용 후판 가격 인하 요구는 자칫 선가 인하 압박이란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선박 건조 가격으로 통용되고 있는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해 11월 하순 기준으로 153.6포인트로 12개월 연속 상승한 바 있다.
한편 중국과 일본 등에서의 덤핑 수출 가능성은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국내 후판 제조사와 조선업계간 이해관계가 대형사 조선사간 합병, 선가 상승세, 일감 증가로 복잡해지고 있는 가운데 판재류 판매 실적이 악화된 일본 철강업계 등이 가격을 무기로 틈새 판로를 최대한 확대하려 움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