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후판 수요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과 건설, 토목, 기계 등 주요 산업들이 국내 산업재해 발생 건수에서 순위권에 이름 올리고 있는 업종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 한국산업안정공단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20년 산업재해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산업별 요양재해자수(업무상사고+업무상질병) 1위 산업은 제조업으로 2만8,840명을 기록했다. 조선과 조선 기자재, 건설 부자재, 기계산업 등 중후장대 산업들로 구성된 제조업에서 재해자수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었다. 단일 산업에서는 제조업에서 분리 조사된 건설업이 2만6,799명으로 가장 많은 재해자수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후판 수요 시장인 조선업계와 조선기자재업, 건설업계는 작업장 내 코로나 집단감염은 물론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작업 중지명령 등이 내려져 제품 생산과 원재료 구매·소비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법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사고 발생을 현실적으로 제로화(0%)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일부 수요 산업에서는 생산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주말 근무와 명절, 공휴일 등의 특근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당장의 소나기는 피해야겠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퍼져있다.
이는 후판 등 판재류 소비 규모와 재고 소비 속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불확실한 법의 강력한 처벌은 건설·토목 분야에서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후판 업계 입장에서는 지난해 조선용 소비와 함께 증가세를 보이던 건설용 후판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후판 시장 일부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주요 제조업체가 생산·투자 활동을 일정 부분 제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들은 장기적으론 제도가 안정화 및 수정 과정을 거치고, 업체들의 긴장 심리가 완화된다면 수요 산업의 소비 패턴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