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국내 철강업계가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인프라시장 수출이 매우 유망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미국 정부가 교량 수리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선재와 후판, 구조용 강재 등의 수출이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교량 보수에 273억 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50개 주를 포함하여 푸에르토리코,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땅에 걸쳐 보수가 필요한 교량을 수리하거나 교체한다. 자금은 지난 11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1조2,000억 달러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에서 충당한다.
교량 보수에 5년간 273억 달러 투입해 1만5,000개의 고속도로 교량 보수
이번 투자안은 향후 5년간 273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로 미국 전역에 걸쳐 '구조적으로 결함(Structurally deficient)'이 있는 1만5,000개의 고속도로 교량을 보수한다. 1956년 미국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주간 고속도로 시스템(interstate highway system) 투자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확충 투자이다. 미국은 이번 투자가 주와 지방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우선 해결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사회기반시설은 심한 부식, 콘크리트 교대 철근 노출, 도로 파손, 바닥판 누수 등 손상 정도가 심한 곳이 많으며 미국의 넓은 국토로 인해 유지관리 점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교통국(U.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산하 연방 도로청(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에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는 61만70,00개 이상의 교량이 있으며 전체 교량의 7.5%가 현재 구조적으로 열악한 상태이다. 미국 전체 교량의 42%가 50년 이상 노후된 교량이다.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는 교량을 종단 간 배치할 경우 1,080마일에 달하며 이는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와 버지니아 시애틀까지의 길이에 해당한다. 연방 도로청은 매일 1억7,800만 명이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고 한다.
미국 토목학회(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ACCE)는 매년 미국 사회기반시설의 활용도, 유지보수 상태, 보수를 위한 재정 확보 역량, 미래 가치, 공중 안전 등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데, 2021년 미국의 교량 인프라 시스템을 안전 부문에서 일부 기능적 심각한 결함이 있는 C등급으로 평가했다.
올해 미국 교통국은 구조적으로 결함이 교량 보수를 위한 연방 지원금 273억 중 53억 달러를 주정부에 투입한다. 지금까지 주정부는 인프라 보수를 위한 연방 지원금을 총 지출의 80%까지만 사용이 가능했으며 나머지 20%에 해당하는 금액은 주정부에서 충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인프라 투자 법안으로 주정부는 100% 연방 지원금만으로 보수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교통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가장 많은 금액의 지원을 받는 주는 캘리포니아,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뉴저지, 뉴욕 순이다.
철강·기계·기자재 수요 큰 폭으로 증가 예상, 구조용 강재·선재·후판 등 집중 공략 필요
이번 인프라 투자 발표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의 ‘더 나은 미국 건설(Build Back Better)’ 계획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첫걸음이다. 건설업계는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지출 발표에 희망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주정부도 당장 올해부터 큰 금액을 지원받기 때문에 교량 보수를 위한 준비가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미국 내 인프라 건설 호황이 예상됨에 따라 철강, 기계, 기자재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의 인프라 투자 계획은 궁극적으로 자국을 우선으로 한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도모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시장 참여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철강시장의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미국 정부가 최근 232조 수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 철강업계에 충분한 수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현지 시장에 공급이 부족한 구조용 강재와 와이어로프 등 선재, 후판 등을 중심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으며, 강관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현지 직접투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