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동 지역 철스크랩 수출 가격이 폭등하면서 그간 관망세를 보이던 국내 시장에서도 추가 인상이 줄지어 나타났다. 연이은 해외 시장 가격 급등세로 제강사들이 국내 매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따른 출혈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제강, YK스틸, 한국철강, 한국특강은 10일부터 철스크랩 구매 가격을 전 등급에 걸쳐 톤당 1만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물론 인천 공장도 추가 인상에 동참하면서 전 등급에서 톤당 1만원씩 인상했다. 아울러 동국제강 인천과 포항공장에서도 추가 인상을 알렸다.
이번 제강사들의 연이은 인상에는 일본 관동 지역 수출 가격 폭등과 내수 가격 상승 전망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지난 9일 일본 관동철원협회가 진행한 수출 입찰에서 낙찰된 H2 가격은 톤당 6만3,510엔(FAS)으로 나타났다. 직전 입찰 대비 무려 7,665엔이 오르면서 지난 2008년 7월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관동 H2 수출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같은 날 도쿄제철도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도쿄제철은 10일부터 철스크랩 구매 가격을 전 공장·등급에서 톤당 3,000엔씩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쓰노미야 공장 H2 가격은 톤당 6만엔으로 책정되며 14년 만에 최고가(5만8,000엔)를 경신했던 지난달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대제철이 하락 전환 분위기를 모색했으나 '스텝이 꼬이며' 엎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3일 H2 구매 가격을 전주 대비 500엔 인하한 톤당 5만6,500엔(FOB)으로 입찰한 바 있다. 최근 터키 철스크랩 수입 가격이 100달러 넘게 폭등했지만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관망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향후 일본 수입 가격 하향 조정을 통해 국내 시장까지 하락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철스크랩을 포함한 국제 철강 가격이 제동 없는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동남아 시장도 상승 전환돼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난 8일 베트남에서 H2 수출 협상 가격은 톤당 600달러(CFR)까지 치솟은 모습이다. 엔화로 환산한 FOB 기준은 톤당 6만2,500엔으로 현대제철이 입찰한 가격 대비 무려 6,000엔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대만행 컨테이너 철스크랩 가격도 HMS(80:20) 기준 톤당 515달러(CFR)로 전주 대비 25달러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동 지역 수출 가격 폭등에 따라 당분간 일본 시장을 차선 구매책으로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연이은 해외 시장 급등세로 제강사들이 국내 매입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향후 전략 수정에 따라 출혈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