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 22일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분쟁에 대한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유럽 연합(EU)과 마찬가지로 관세율 할당(TRQ) 방식으로 무역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으로 영국은 미국 시장에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일정 물량에 한해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타결된 미국과 일본 간 관세 협상에서 알루미늄 관세를 10%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바 있었다. 영국은 일본보다 더 나은 협상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가을부터 유럽연합(EU), 일본 그리고 영국과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 분쟁을 마무리하면서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관세 분쟁을 빠르게 종결하고 있다. 타결안은 오는 6월 1일 자로 발효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영국산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철강 제품에 관해선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 집권 이후 미국과 영국은 여러 차례 관세 분쟁 종결을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영국의 북아일랜드 의정서 형해화 시도 등으로 협상에 난항이 있었다. 양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관세 협력 ▲무역 구제 협력 ▲철강 및 알루미늄 무역 모니터링 ▲비시장 초과 용량 및 탄소 집약도 협력 ▲영국의 연간 전략 감사 및 양국 간 무역 절차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중 특이할 만한 사항으로는 무역 절차 내용이다. 이 조항은 영국이 중국 당국 또는 중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에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을 수출하는 영국 기업의 감사 결과를 미국에 제공하는 내용이다. 상기 회사가 미국에 수출을 하는 경우, 매년 '전략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양국은 성명에서 이를 통해 시장 왜곡을 감시할 것이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사실상 중국 자본이 포함된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제한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는 6월 1일부터 중국 기업이 소유한 해당 회사는 오는 12월 1일까지 감사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 중국 지예(Jingye) 그룹은 지난 2019년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철강 업체인 브리티시 스틸(British Steel)을 인수한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 있어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 16일 SK 실트론 미시간 공장에서 한-미 FTA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타이 대표는 "한국은 이미 쿼터제 등을 통해 충분한 무역 혜택을 받고 있다"라고 말하며 협상 진전이 아직 어렵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향후 전면 재협상보다 세부 내용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협상 전략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