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그룹이 쌍용차 본입찰에 참가한 가운데 KG스틸(대표 박성희)과 쌍용차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KG그룹이 자동차 차체와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을 제조한다는 점에서 쌍용차와의 상호 연계성이 크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KG스틸은 자동차용 외판을 생산할 수 있는 경험도, 설비도,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이러한 시너지를 내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시 말해 ‘안하는 것’이 아닌 ‘못하는 것’으로 현재까지는 그러한 상황이다. <편집자주>
■ ‘고로’에서 빚어내는 ‘자동차 바디’… ‘소재 공급‘ 도 쉽지 않아
KG스틸은 고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단압밀로 고로 설비 투입 혹은 안정적인 원소재 조달 없이 자동차 외판을 생산해 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외판에 사용되는 강판은 제선과 제강 공정에서부터 석탄과 철광석 등을 포함한 화학 원소에 대한 성분 제어가 필요한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제품이다. 전기로 공정에서의 고품질 차강판 소재생산도 현실상 불가능하다. 전기로 공정의 정련 과정에서 철스크랩에 포함된 각종 원소들의 성분을 완벽히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 설비 보유 능력과 원료 배합 등을 이유로 외판 강판 생산은 ‘고로사들만의 리그‘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왔다.
고로 설비가 없다면 차강판용 열연 소재를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KG스틸은 냉간압연에 필요한 열연코일을 주로 포스코, 현대제철, JFE, NSC 등에서 구매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강판으로 쓸 수 있는 열연강판은 일반 열연강판에 비해 비싼 코일이다. 기존 구매 루트를 통해 생산에 필요한 열연코일을 매입하려는 구상이더라도 안정적인 조달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고품질 열연소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는 전 세계 20개사 정도로 한정적이고, 차강판에 투입되는 자사 열연코일도 빡빡한 상황으로 물량을 쉽게 내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다면 서로가 원하는 가격과 수량으로 꾸준히 공급받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원자재 가격 폭등 혹은 소재 부족 등 최악의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원가 상승분과 수급난, 납기 차질 등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 광폭뿐 아니라 최신 車트렌드 반영 ‘현실 불가능’
자동차 외판용 고품질 열연코일 조달처를 확보하더라도 광폭 라인, 경량화, 고장력강 등 기술적 제약사항들에서 발목을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외판용으로 소재는 반드시 1,800mm이상의 광폭으로 생산돼야 한다. 자동차의 자체 형상을 디자인대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철판을 금형으로 찍어내는 프레스 작업이 필수적이며, 철판의 폭이 좁은 경우 프레스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KG스틸와 같은 단압밀에서 주로 생산하는 냉연제품의 일반 폭은 1,450~1,500mm수준이며, 광폭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추가 증설하는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차강판 열연 내재화와 확실한 수요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비까지 늘린다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로 보이며, 이에 자동차 외판용 생산을 위해 광폭 라인을 추가 증설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자동차 강판 전문 제조사들이 쌓아온 역량들은 여전히 높은 상태로 기술격차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차강판의 기술 경쟁력으로는 크게 극저탄소강, 초강도강, 경량화 등이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그동안 성형 수준이 높은 강판 품질을 요구했더라면 최근에는 고강도·고성형·경량화 등 자동차 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초강도 경량 강판인 기가 스틸과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Hyper NO제품 등을 일찍 개발했고 현재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설비 등을 확충해 나가고 있는 단계이다. 현대제철도 사이드 아우터용 초고성형(S-EDDQ)외판재, 자동차 충돌 안전을 강화하는 고성능 초강력강 1.5Gpa급 냉연 차체 등을 내놓으며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차강판 제조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으로 한참을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KG스틸이 파격적인 기술 개발과 양산에 나서더라도 짧게는 수년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차강판 노하우에 대한 기술 장벽을 깨부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KG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한다 해도 KG스틸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자동차용 외판을 생산하려면 고로를 통한 고품질 열연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해당 설비들이 없는 상황에서 생산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