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제조업계가 최대 고객사인 조선업계의 카타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 성약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카타르 국영기업의 한국 조선소 건조 의뢰 물량이 100여 척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철강재 가격 상승과 맞물려 대규모 적자 수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대형 조선 3사(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카타르석유공사(QP) 관계자들과 대구에서 만나 15~30척 가량의 카타르 LNG 프로젝트 초도 발주 물량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 2022 대구세계가스총회(WGC)가 개최된 가운데 국내 조선소의 대형 슬롯 약 100여 개를 예약한 QP 측이 조선소별로 5~10척 가량의 수주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현재 7,700만톤 수준의 LNG 생산능력을 오는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카타르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LNG 발주 사업을 추진 추진하고 있다.
논의의 핵심은 선가(船價)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산 조선용 후판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지역 조선용 후판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조선업계 제조원가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QP 측과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철강 가격 상승 반영을 위한 재협상을 벌인 바가 있다.
이번에도 카타르 측이 글로벌 철강 가격을 감안해 일부 인상 필요성에 공감한 가운데 조선업계는 급격히 오른 원자재 구매 비용을 대규모 슬롯을 예약한 QP 측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철강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사가 QP 측으로부터 적정 선가 인상 반영에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이 국내 후판 제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후판 업계 입장에선 대형 조선업계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된다면 후판 공급 가격 인상 필요시기에 인상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판 업계는 관련 협상에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도 덤핑 수입재가 유입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