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업계가 현재 정비 중인 공장과 생산용량을 확장 중인 공장을 재가동할 경우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의 미국 판재류 시장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이후 미국 시장에서 판재류 납기는 수요 둔화로 인해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한 제강사는 이 기간 동안 압연강판 거래를 축소했고, 다른 제강사는 현물 수요가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판재 가공업체들과 수요가들은 미국 내 주요 판재 수요업체 중 하나인 아마존의 신규 부지 투자 축소 결정 등으로 인해 창고 부문 수요가 감소하는 등 하공정 부문의 수요가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요는 약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철강 제조업체인 블루스코프(Blue Sope), 클리블랜드 클리프스(Cleveland-Cliffs), 뉴코어(Nucor), 스틸다이내믹스(SDI)는 모두 최소 일 1만6,424톤 규모의 판재류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톤당 1,653.4달러로 사상 최고 가격을 기록했던 미국 내 열연강판 가격은 6월 14일에는 두 달 전 대비 26%나 하락한 톤당 1,232.4달러를 기록했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드는 가운데 북미의 많은 자동차업체들은 여름 휴가 시즌 자동차 생산을 줄일 계획이며, 이에 따라 앞으로 2~3개월 동안 자동차 부문의 철강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전기아크로 제강사 스틸다이내믹스(SDI)는 신튼(Sinton)에 있는 판재류 공장의 생산용량을 기존의 2배인 연간 300만 톤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리고 클리블랜드(Cleveland)주에 위치한 고로업체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3분기부터 고로 5호기를 재가동하여 일 4,850톤의 조강을 생산할 계획이다.
켄터키주에서는 전기아크로 제강사 뉴코어가 2분기 중 판재류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를 완료하고, 3분기부터 연간 33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에서는 일 9,040톤의 판재류를 생산할 계획이다.
호주의 철강 제조업체 블루스코프는 오하이오주 델타(Delta)에 있는 노스 스타(North Star) 전기아크로 평판압연공장의 생산 능력을 연 103만 톤 수준으로 확대했다. 해당 공장이 재가동될 경우 일 2,865톤의 판재류를 추가 공급하게 된다.
이와 같이 미국의 주요 철강업체들이 확대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판재류 공급을 늘릴 경우 2분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미국의 판재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재 가격이 수요 부진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철스크랩 가격 하락으로 인해 철근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6월 4주차 미국의 철근 가격은 톤당 1,201.5달러로 전주의 톤당 1,245.6달러 대비 하락했고, 휴스턴항구에 선적된 수입 철근 가격 또한 전주의 톤당 1,168.4달러에서 톤당 1,146.4달러로 하락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미국 내 철스크랩 가격이 하락하면서 제조업체들이 제품 출하가격을 인하하고 있으며, 유통업계에서도 판매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 철근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바이어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주요 철근 수입국인 터키의 제강사들은 아직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았는데, 미국의 바이어들은 만족할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구매를 연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철근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뉴코어는 선재 출하가격을 전주 대비 톤당 40달러 인하했다.
한편 미국 시장은 현재 연준의 기록적인 금리 인상으로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계절적 비수기 진입으로 건설 및 자동차 부문의 철강 수요도 감소하면서 당분간 철강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