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후판 제조업계의 생산·판매 실적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분기에 내수 판매가 비약적으로 개선됐던 가운데 2분기 들어 제품 공급 가격 급등 및 수요 부진 등으로 내수 판매가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출은 2분기 들어 개선 흐름을 보였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후판 제조 3사의 총생산량은 453만4천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만8천톤, 1.5% 소폭 증가했다.
광양제철소 4고로의 장기 개수 작업과 제조 후판 공장의 대수리 일정, 화물연대파업 여파, 1분기 원료 가격 폭등 및 2분기 철강 시황 악화 등 생산 부문 악재를 감안하면 소폭이지만 증가세의 의미가 남다르다. 분기별 2분기 생산량은 232만3천톤으로 1분기 생산량보다 11만2천톤이 증가했다.
특히 6월 생산량은 84만9천톤으로 지난 2019년 7월 이후 월별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국내 최대 후판 생산기업인 포스코가 전월 대비 13% 증산한 영향으로 해석되고 있다.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광양 4고로 개수 완료와 굵직한 상반기 보수 일정이 종료된 영향, 조선업 경기 호조 등이 겹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다른 후판 제조사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조선 시장 호황과 원료 가격 하락세에 힘입어 6월 생산을 전월보다 각각 18.2%, 6.2% 늘렸다.
후판 내수 판매는 2분기 들어 판매 호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조 3사의 내수 판매 총량은 345만3천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8만6천톤, 2.6%증가했다. 1분기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6% 급증한 175만9천톤에 달했던 가운데 올해 2분기 내수 판매는 169만4천톤으로 직전 분기 대비 3.7% 감소, 지난해 2분기 대비 5.4%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였던 글로벌 후판 가격이 올해 4월 고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4월 중순 이후 수요가들의 구매가 부담으로 인한 관망세와 물가 상승세로 인한 경기 둔화로 내수 판매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6월 내수 판매는 52만7천톤 수준으로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후판 제조 3사의 6월 내수 실적은 평택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토목 사업에 대한 건설용 후판 공급 증가와 조선업 수주 호황에도 전월보다 각각 2.9~23.1% 감소했다. 시장 일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내 협력 노조 장기 파업 영향과 조선업 생산 인력 부족으로 신규 선박 수주 호조 흐름에 비해 조선용 후판 소비 증가 속도가 더뎠다고 지적했다.
후판 제조사들의 수출 실적은 본지 시장 조사가 시작된 이래 상반기 최저치를 경신했다. 올해 상반기 후판 3사의 총수출은 99만5천톤으로 채 100만톤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년 동기 대비 9만3천톤, 8.5%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수출이 전년 상반기보다 각각 10.1%, 14.8% 감소했다. 동국제강의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배 가까이(96.4%) 급증했다. 다만 동국제강의 상반기 수출 점유율은 전체의 6% 수준이다. 이에 절대적인 물량은 타사에 비해 적은 편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산 후판 수출 부진은 주요 수출 대상국들의 보호무역주의와 일본과 중국 철강업계의 저가 수출 공세, 국산 가격 경쟁력 약화가 원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내산 중후판의 올해 상반기 수출단가는 톤당 1,113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4% 급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2분기부터 후판 수출에 긍정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제조사들이 내수 부진과 원/달러 환율 급등 상황을 감안해 수출 비중 확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계의 2분기 수출량은 51만6천톤으로 1분기 대비 7.7% 증가했다. 7월에도 국산 후판 판매 부진과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후판 제조사들은 하반기 수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반기 내수와 수출을 합한 후판 제조업계의 총판매량은 444만8천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후판 업계 관계자들은 “2분기부터 시작된 판매 둔화가 7월까지 이어졌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조선용 판매도 기대보다 부진한 가운데 중국 시황이 반등하지 않는다면 올해 국산 판매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대규모·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일정이 시작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후판 판매가 개선될 것이라 설명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