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와 경남 거창에서 잇달아 지진이 발생하면서 내진용 건축자재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지진 발생 빈도가 잦아지는 등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내진용 자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내진설계를 강화해 지진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내진설계는 1988년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에 한해 의무화했으며 2015년에는 이보다 규정이 강화돼 3층 혹은 높이가 13m 이상,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에 반드시 내진설계를 적용하도록 바꿨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정부는 2017년 2월부터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을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으로 확대했으며 모든 주택과 연면적 200㎡ 이상 건물까지 의무화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021년 12월 건축인허가 도서와 관련한 내진설계 및 구조계산서를 포함하고 이를 엄밀히 평가한 뒤 인허가를 진행하도록 시·구청의 건축인허가 담당에게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내진설계란 일반적으로 구조물의 동적 특징, 지진의 특성 및 지반의 특성을 고려해 지진에 안전할 수 있도록 구조물을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내진설계의 기본 목적은 국민의 안전 및 생명보호, 재산보호에 있고 이를 법령 및 설계기준(KDS)을 통해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기초말뚝으로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PHC말뚝은 수평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내진설계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KDS 14 20 64(구조용 무근콘크리트 설계기준) 규정에 따르면 PHC말뚝과 같은 무근콘크리트는 기초부재로 설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법과 설계기준에 따라 기초말뚝은 내진설계가 되어야 한다. 2021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초말뚝으로 사용되는 PHC말뚝의 규모가 대략 연간 1조원, 강관말뚝 및 기타말뚝의 규모가 5천억원으로 기초말뚝 시장의 연간 규모는 약 1.5조원이다. 현재 PHC말뚝의 경우 별도로 내진 보강을 해야하며 기초말뚝으로 설계할 수 있으며 내진말뚝으로 출시된 제품들의 가격은 기존 PHC말뚝의 가격 대비 3~3.5배로 내진말뚝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의 시장으로 예측할 수 있다.
포스코의 이노빌트 인증회사 가운데 내진말뚝 제품을 출시한 회사는 타스파일, 세안, 에스와이텍 등 세 개의 회사가 있다. 이 3개의 회사는 포스코의 원소재를 사용해 내진말뚝으로 특허를 받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먼저 타스파일이 출시한 삼축내진말뚝은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우수제품으로 선정 받은 바 있다. 또 국토부스마트건설과제로 채택된 바 있으며 시험시공 후 안양시 안양동에 소재한 오피스텔 현장에서 본 시공까지 마쳐 내진말뚝으로서 검증을 끝냈다.
이어 세안이 출시한 래티스 내진말뚝의 경우 2021년 안양동 현장과 2022년 5월 용인시 양지면 현장에 시공되어 내진성능 및 시공성을 입증했다. 포스코의 STP550으로 만든 강관을 사용해 최대 50층 건물까지 내진설계가 가능한 제품이다. 마지막으로 에스와이텍이 출시한 제품은 기존 PHC말뚝에 내진보강을 한 제품이다.
3곳의 회사는 내진말뚝 제품개발, 생산, 판매 등에서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건축 시장의 니즈를 대비한 신제품 출시 뿐만 아니라 내진말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도출하기 위해 일반 소비자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마련했다. 바로 '기초안전지도'와 '말뚝관리시스템'이다.
'기초안전지도'는 공공의 영역에 속한다. 특정주소를 입력하면 그 주소지 건물에 대한 기초내진능력을 수치로 표시함으로써 그 건물의 내진에 대한 안전도를 시각화하는 지리정보시스템이다. 내진말뚝이 설계·시공된 건물의 경우에는 정밀하게 계산된 내진능력 값으로 표시하고, 일반건축물의 경우 건축물대장상의 기본정보를 추출·입력하여 약식계산값을 표기하게 된다.
'말뚝관리시스템'은 기초말뚝이 시공이 되는 순간, 말뚝의 위치가 정확하게 지도에 표시하는 시스템이다. 지도에 표시된 말뚝의 좌표를 클릭하면 해당말뚝의 시리얼번호, 제원, 소재, 제조사 등이 분에 보이게 된다. 다른 건물에 사용한 기초말뚝과 비교가 가능해지며, 내진말뚝의 여부는 향후 건축물의 가치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외부충격에 의해 건물이 손상된 경우, 기초말뚝의 제원 및 위치를 확인하여 건축물보수 과정에 주요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변경된 기초내진 기준이 시장에서 전면적으로 채택되는 경우, 기초말뚝시장은 내진말뚝시장으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시장규모는 연간 5조원의 시장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