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주요국의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 등으로 세계 경제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속화되면서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1월 10일 LME 니켈 가격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속화와 러시아의 1등급 니켈 생산업체 노르니켈(Nornickel)의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톤당 2만6,130달러까지 치솟으며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LME 니켈 가격은 미국 연준이 향후 금리 인상을 낮출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종반까지 급등했다.
니켈 가격은 최근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의 지속적인 호조로 인해 지난 2주 동안 가격이 거의 10% 상승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의 10월 배터리 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연료전지차 등 신에너지차(NEV) 생산과 판매는 각각 76만2000대, 71만4000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생산은 1~10월 548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판매도 528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그리고 유럽의 전기차 판매는 2025년 450만대로 2021년 수준의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무역 서비스 회사인 Marex가 발행한 백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배터리 수요가 490GW에 달하고 2025년에는 거의 3배인 1,406GW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니켈 가격에 대한 많은 낙관론은 최근 자동차 회사의 실적에서 도출되었다. 미국의 전기차 대기업 테슬라는 3분기 동안 36만5,000대 이상을 생산했고 34만3,000대 이상을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 41% 증가했다. 그 회사는 이번 주에 독일 베를린에 있는 공장을 확장하기 위해 현지 정부에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의 10월 생산은 10만4,89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1.31% 증가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생산은 11만4,915대로 196.18% 증가했다.
한 자동차 시장 관계자는 “주요국들에서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고, 불황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에서는 니켈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세가 지속되면서 호주 자원개발회사인 BHP는 지난주 니켈 수요가 2050년까지 4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고,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Vale)도 향후 니켈과 구리 생산 확대를 목표로 하면서 일부 비금속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11월 10일의 니켈 가격 급등은 최근 핀란드 정부가 러시아 광산업체 노르니켈이 하르하발타(Harjavalta) 정제공장으로 원료를 운송하는 것을 금지하여 고급 니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주요 원인이 됐다.
다만 세계 니켈 시장 관계자들은 핀란드 정부가 실제로 그러한 조치를 강행했는지에 대해 대부분 확인하지 못했으며, 만약 실제로 핀란드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시행할 경우 이미 공급이 촉박한 양극재용 니켈 제품의 공급 차질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LME의 니켈 재고는 지난 1년 동안 60% 이상 감소했으며, 시장은 이제 추가 공급 차질에 매우 민감하다.
다른 시장 참가자들은 “결국 올해 대부분 니켈 거래를 어렵게 했던 유동성 부족을 최근 LME 가격 급등의 주요 동인으로 지목하며, 여전히 불안정한 시장에서 거래자들은 공급이 부족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다만 LME가 러시아산 니켈에 대한 러시아산 금속의 거래 및 시스템 저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