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방역조치를 완화하기로 발표하고, 동절기 감산 조치 등으로 공급 부족이 가시화되면서 중국의 철강 가격이 상승했다.
12월 2주차 상하이와 톈진의 판재류 가격은 톤당 110~190위안, 봉형강류 가격은 톤당 40~180위안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폭은 올해 5월 이후 최저치인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에 그쳤다. 세부적으로는 광업 및 제조업 생산이 각각 5.9%와 2.0% 증가한 반면 유틸리티 생산은 1.5% 감소했다. 1~11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도 연내 가장 낮은 증가폭인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를 기록했다. 민간 부문의 투자는 1.1%에 불과한 반면 국유 부문의 투자는 10.2% 증가했다.
그리고 11월 중국의 무역수지가 698.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달 흑자폭인 851.5억 달러는 물론 시장 전망치 790.5억 달러 흑자를 하회한 것이다. 수출액은 2,970.9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7%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 3.6% 감소보다 감소폭을 키웠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6.6% 감소한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었다. 수입액도 2,262.5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6%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 5.0% 감소보다 감소폭이 컸다. 수입액이 두 자리대 감소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경제 지표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철강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12월 15일 개최된 연례 최고위급 경제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당국은 부동산 부양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중국 재정부가 재정자금을 조달하고, 경제 사회 발전 촉진을 위해 특별국채 7,500억 위안을 발행하면서 실질적인 경기부양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또한 동계기간 주요 철강 생산지의 감산조치와 함께 브라질의 폭우 사태로 철광석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
다만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 위기 등으로 주요 수출국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중국 내수시장 또한 동계기간 비수기에 접어들고 있어 철강 수요는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외 수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감산조치와 원료 가격 상승에도 철강 가격 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물류대란 완화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철강 가격이 상승했고, 인도는 축제시즌에 따른 판재 수요 증가와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건설재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했다. 동남아시아는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조만간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며, 인도는 성수기 진입에 따른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자동차 생산 감소와 건설 투자 감소에도 철스크랩 등 주요 원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철강 가격이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최대 수요처인 건설과 자동차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조만간 철강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미국은 에너지와 자동차산업 경기 호조에도 제조업 경기 부진과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공급 과잉 등이 겹치면서 판재 가격은 보합 수준에 머물렀고, 계절적 비수기 진입에 따른 건설 투자 부진으로 건설재 가격은 대부분 하락했다. 미국 시장은 본격적인 비수기에 진입한 데다, 제강사들의 생산용량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도 지속되고 있어 조만간 철강 가격이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에 따른 경기 둔화에도 역내 철강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판재 가격은 보합 수준을 유지했고, 비수기에 따른 건설 투자 감소로 건설재 가격은 하락했다. 유럽은 건설업이 동계기간 비수기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에너지 대란과 공급망 혼란에 더해 제조업 경기 침체도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철강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