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대지진 피해 이후 국내에서도 내진 적용이 필요한 시설과 소재 적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스테인리스(STS) 전문기업이 다수 가입한 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클럽에선 ‘STS 웨이브형 물탱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의료품과 식량과 함께 가장 중요한 구호품으로 꼽히는 것은 ‘물’이다. 갈증 해소는 물론, 청결과 식용, 방화 활동 및 생산 활동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 (WHO)는 리히터 규모 7.8 강진으로 수 천채 이상의 건물과 시설이 파괴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물 부족으로 인해 생존자와 이재민들에게 ‘2차 재난’이 발생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튀르키예 정부가 20여 년간 ‘지진세’를 거둬 각종 사업에 활용했지만 건물과 물탱크에 대한 내진 설계 미비로 현지에선 심각한 물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파손된 현지 스테인리스 물탱크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국내 물 시장서도 물을 관리 및 저장,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인 물탱크에 대해 관심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 2016년 경주 지진 직후 일부 STS 물탱크 시설 파손으로 해당 시설 강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바가 있다.
다만, 이후 국내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하지 않자 시간 경과에 따라 긴장감이 떨어졌다. 물탱크에 대한 중요성이 약화되던 차에 해외 이슈로 다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스테인리스 물탱크는 현행 건축법상 ‘비상급수시설’ 또는 ‘소방시설’로 분류되며 일부 건물과 장소에 의무 시설로 분류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파트용 수조 등에서 내진 설계 적용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장기간 이어지며 일부 주거 및 상업 시설에선 내진 설계가 미비되어 있다.
스테인리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물탱크는 지진 발생 시 탱크 내부 물의 요동으로 인해 내부 파손이 발생하기가 쉽다. 아울러 최근 물탱크 시장에선 높은 내구성과 청결성, 스크랩 재활용 가능성 등으로 스테인리스 소재가 가장 ‘경제적(동일 면적 기준 콘크리트 물탱크 대비 86%)’ 소재라고 판단하며 주요 제조업체가 스테인리스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건축주와 실소비자들은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내진성이 뛰어난 스테인리스 물탱크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 적용 사례
이에 대해 철강협회 스테인리스스틸클럽에서는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 설치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스테인리스스틸클럽은 포스코 철강솔루션연구소 등 국내 철강업계와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 시공 방법을 개발하고 우수한 내진 성능을 대외에 공개한 바 있다.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는 벽체가 사각 형태의 패널이 아닌, 물결 모양의 스테인리스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이 패널에는 스테인리스강 중에서도 우수한 내식성과 항복강도를 가진 고강도강(PossHN1, STS316HN3, STS329LD)이 적용된다. 패널 한 장당 높이가 최대 2.5m이기 때문에 1m 높이의 패널형 물탱크보다 용접을 최소화하여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는 물결 모양의 웨이브 패널 간 외부 보강재만 적용하고 내부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형과 달리 내부 보강 구조재를 적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청소 등 유지 관리가 편리하며 보강재가 부식될 우려를 줄일 수 있다.
구체적 수치로도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의 내진 우수성이 확인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19년 한국강구조학회는 부산대 지진방재 연구센터에서 스테인리스 웨이브형 물탱크(PossHN1강 적용 패널 3m 정육면체 패널 적용)에 대한 내진 성능을 검증한 바 있다. 검증 결과, 웨이브형 물탱크는 설계 지진력(진도 약 6.5 수준)보다 2.5배 큰 지진에서도 주요한 구조적 손상 없이 충분한 내진 성능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웨이브형 물탱크에 적용되는 PossHN1강의 경우 통상적으로 전 산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테인리스강인 STS304과 비슷한 수준의 내식성을 가지면서도 항복강도는 STS304보다 1.7배 높은 고강도 스테인리스강”이라며 “경제성과 청결성 면에서도 우수하지만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서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내진성이 강화된 물탱크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