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STS) 유통업계가 장기 가격 약보합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겐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하염없이 하락 중인 유통 가격을 사수하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중순, 대표 유통 품목인 포스코산 STS304 냉간압연강판은 톤당 410만원 전후 수준(2B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연초 대비 톤당 10만 수준 하락했고, 지난해 12월 초순과 비교해도 톤당 20만원 수준이 하락했다. 넓게 보면 수급 불안정으로 판매 가격이 반짝 급등한 9월 이후 10월부터 현재까지 5개월째 유통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국산 판매 가격은 시세에 따라 하락하고 있지만 정작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반도체 설비류, 건설업, 주방기기, 가전용 등 주요 수요산업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9월 포항제철소 피해 이후부터는 급증한 수입산이 유통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STS304 기준 냉간압연강판의 국산과 동아시아산 가격 차가 톤당 40만~50만원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국산 취급 유통업체가 판매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판매 대리점들이 지난해 영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올해 1분기에도 판매 부진이 계속됐다며 이미 전년에 비해 하향했던 상반기 목표를 추가로 하향 수정하고 있다.
유통 시장 일각에서는 제조사가 먼저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은 지난해 7월부터 300계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 국내 STS 제조사들은 300계 주요 원료인 니켈 가격 강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국산 공급 불안정과 수입재와의 가격 차 등을 이유로 가격을 동결해왔다.
이에 대해 일부 STS 판매 대리점 관계자는 코일 매입 가격이 눈에 띄게 변동된 것은 아니지만 재고 가치 하락과 기타 부대 비용 상승, 금리 상승세로 인한 경영 자금 조달 부담 등으로 간접 비용은 계속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현 시황에서 유통업계가 단독적으로 가격 현실화를 이루기 힘든 만큼 제조사가 가격 현실화로 시황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다른 유통시장 일각에서는 수입재와의 가격 차가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고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자칫 시장에서 국산재 경쟁력만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수요가들이 수입재에 더 큰 관심을 보이거나 물량을 잠그고 관망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한 수도권 STS 판매 대리점 관계자는 “국내 수요는 상반기 내에 큰 변화 없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제조사도, 판매 대리점들도 해외 밀들의 가격 인상으로 수입재와의 가격 차가 좁혀지리란 기대로 해외 시장만 쳐다보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