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일부지역 악천후에 따른 건설 경기 둔화,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 경기 부진과 SVB 파산 여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원료 가격 하향 안정세 등이 겹치면서 중국의 철강 가격이 하락했다.
4월 3주차 상하이와 톈진의 판재류 가격은 톤당 10~60위안 하락했고, 봉형강류 가격은 톤당 20~110위안 하락했다. 다만 상하이의 중후판과 아연도금강판 가격은 전주 대비 변동이 없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4.5%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3월 수출 또한 달러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다. 중국 수출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작년 9월 이후 6개월만이다.
이와 같은 지표 호조에도 철강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원부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인 데다 건설 경기가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4월 3주차 중국의 수입 철광석 가격은 전주 대비 톤당 15~20위안 하락했고, 철스크랩 가격은 전주 대비 톤당 8위안 이상 하락했다. 그리고 원료탄 가격 또한 전주 대비 톤당 17달러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원부자재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수요 측면에서는 성수기 진입에도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북부 지역에서는 건설 공사가 악천후로 인해 중단됐고, 중남부 지역의 폭우로 인해 건설 활동이 위축되어 건설재 수요와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SVB 파산 여파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불안 영향으로 3월 민간 제조업 경기도 악화되고 있다. 3월 중국 민간 중소기업의 제조업 업황을 나타내는 차이신(財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월 중립 수준(기준선 50)으로 하락했다. 이는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월 대비 1.6p 하락한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산업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의 통계에 따르면 3월 중국 승용차 (소매)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1% 증가한 159만6,000대, 이중 신에너지승용차는 54만9,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5% 증가한 데 그쳤다.
중국 정부가 인프라 및 제조업 부문 경기부양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 하락과 건설 및 자동차산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중국 철강 가격은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는 제조업과 건설 경기 회복에도 지속되는 금융 불안과 저가 수입재 증가, 원부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철강 가격이 하락했다. 인도는 성수기 수요산업 호조에도 수입재 증가와 원부자재 가격 하락으로 철강 가격이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동남아시아와 인도는 수요산업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철강 수요는 호조를 보이겠으나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확대에 따른 저가 수입재 증가와 원료 가격 하락으로 당분간 철강 가격이 약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기계 및 조선 등 제조업 경기 호조와 함께 성수기 건설 투자 증가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판재 가격이 상승했다. 다만 철스크랩 가격 안정화로 건설재 가격은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은 원부자재 가격 하락에도 수요산업 경기 회복으로 가격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연준의 금리 인상과 SVB 파산 여파에 따른 금융 불안, 철광석과 철스크랩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자동차와 에너지산업 경기 회복과 일부 제강사들의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공급 감소에도 철강 가격이 하락했다. 미국 시장은 원부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고, 수입재 감소와 일부 제강사들의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공급 부족도 지속되면서 조만간 철강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에너지 대란 완화에도 수요산업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데다 원부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튀르키예의 생산 정상화에 따른 공급 증가 기대감이 철강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성수기 진입으로 건설재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유럽은 공급망과 에너지 가격 안정화와 함께 성수기 건설 투자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조만간 철강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