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마무리됐다. 매년 이뤄지는 협상이지만 올해 상반기 협상 과정은 평소보다 치열했고 길게 느껴졌다.
통상적으로 상반기 협상은 4월이면 마무리된다,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가 거의 끝날 무렵인 5월 중순에서야 극적 타결됐다. 지난해 하반기 협상도 12월에 끝이 났는데, 올해 상반기 역시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이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중후반대 수준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소폭 인상된 가격이다. 협상 과정이 길었던 만큼 ‘동결에 가까운’ 결과를 두고 각 업계는 저마다 목적을 이루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협상은 카드 게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패를 많이 확보할수록 게임은 유리해진다. 작년 하반기 협상의 경우 주도권은 철강업계가 쥔 것으로 보였다. 후판 수입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조선업 경기도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협상의 주도권은 뒤바뀌었다. 연달아 들려오는 수주 성공 소식에 조선업계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동시에 중국산 저가 수입재가 대거 유입되는 상황은 분명 조선업계에 있어 유리한 패로 작용했다.
반면 철강업계는 올 상반기 수요산업 부진에 울상을 지었다. 게다가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들여다볼 것도 없는 패를 가진 철강업계는 동정에 호소하는 편이 최선의 방안이었을 것이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뒤바뀐 상황을 놓고 누구는 자업자득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음번 협상에 철강업계가 유리한 패를 쥐고 흔든다면 그것은 조선업계에 있어 자업자득일까? 지금과 같은 협상의 반복이 목적 없는 감정싸움으로 번질까 우려된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기까지 철강과 조선의 덕이 크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렸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추억 속 이야기일 뿐이다.
오늘날 세상은 사람도 그렇듯 기업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힘들수록 뭉쳐라’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힘든 상황에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상황에 따라 양보할 수 있다면 거시적으로 더 큰 에너지를 낼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각자도생의 끝은 희망보단 절망에 가깝다고 믿기에 이번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상생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