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내 아연 판매가격이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지난달 하순부터 런던금속거래소(LME) 창고 재고가 급증하면서 LME 아연 가격에 강한 하방압력이 작용했다.
고려아연, 영풍 등 국내 아연 제련업체들은 6월 국내 아연 판매가격(부가세 별도 기준)을 전월 대비 38만6천 원 내린 톤 당 379만7천 원으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세전 기준으로 국내 아연 가격이 400만 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20년 10월 이후 무려 20개월 만이다.
LME 현물가격 평균은 4개월 연속 하락하는 동안에 24.68%가 떨어졌고, 국내 아연괴 판매가격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이보다 낮은 17.97% 하락했다.
지난 3월 하순까지 톤 당 3천 달러를 넘었던 아연 가격은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5월말 기준으로 2,200달러 대로 떨어졌다.
아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거시경제 압력과 함께 근래 들어 거래소 재고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LME 아연 재고는 5월말을 앞두고 1주일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많은 8만7,500톤을 기록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던 LME 재고가 급증한 것은 공급 회복과 더불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건설 경기 부진 등을 시사하고 있다.
재고 증가가 아연 가격 하락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이미 수요 부진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그에 반해 공급은 확대되고 있어 수급 불균형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아연 수요는 건설 경기에 민감한데, 중국의 부동산 경기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건설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다.
향후 가격 전망도 다소 불투명하다. 아연 가격은 여전히 최대 소비국인 중국 철강 부문 부진으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로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글로벌 아연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망 하더라도 국제연아연연구그룹(ILZSG)은 올해도 공급부족을 예측했지만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은 최근 상당량의 공급과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다만 아연 가격이 올해 들어서만 35% 넘게 떨어졌고 최근의 가격 하락세가 다소 과한 매도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가격 하락이 제한받을 가능성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