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철강업계에서 수요산업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열연강판(HR)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3.65%에서 0.1%p 인하했다. 5년 만기 LPR도 기존 4.3%에서 4.2%로 0.1%p 낮췄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만에 하향 조정한 것이다. 명목상으로 LPR는 중국내 10개 지점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수치지만, 실질적으로 기준금리의 역할을 한다.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것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를 의미한다.
지난 3월 중국의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내외로 설정하면서 당국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 시행 가능성도 축소됐다. 이에 중국의 부동산, 제조업의 경기가 부진을 겪으며 HR을 비롯한 전반적인 철강재의 가격이 하락했다.
이러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윌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1조위안(약 179조원) 규모의 특별 국채 발행과 소도시에 한해 다주택 투자 제한 조치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침체를 겪고 있던 수요산업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철강 산업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번져 관련 품목들의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철광석 가격은 6월 중순 톤당 115달러(CFR)를 기록하면서 지난 5월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과 대조되는 양상을 보였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중국의 내수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철강공업협회(CISA)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열연강판 내수 가격은 3,973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에 이어 연속으로 상승한 가격으로 전월 같은 기간 대비 0.6%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중국산 HR 오퍼가격도 반등했다. 수입 업계에 따르면 6월 중순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HR 오퍼가격은 톤당 580달러(CFR)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매주 하락하며 6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바닥없는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3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산 HR 오퍼가격 반등은 국산 HR 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의 철강 실물 수요가 증가할 것인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 기대감이 구매심리를 자극했지만, 실질적으로 감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급 압력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확실한 수요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생산이 이어진다면 가격은 다시 하락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19일(현지 시각)에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6%에서 5.4%로 하향 조정했다. 이 밖에도 전 세계 여러 투자은행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개선 여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 감소, 부채 상승, 시진핑 주석의 부동산 투기 억제 요구로 중국 정책이 여러모로 제약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방식은 과거처럼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