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러시아로의 스테인리스 제품 수출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최근 자체 스테인리스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 스테인리스 업계가 스테인리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러시아에 공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4월 28일부터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전략 물자 수출 통제를 강화(상황 허가 품목을 기존 57개에서 798개로 확대)한 바 있다. 이에 스테인리스강을 소재로 사용하는 ‘이음새 없는 오일 또는 가스 라인 파이프’, ‘스테인레스강 유정 굴착 파이프’, ‘철강 또는 비합금강 유정 굴착 파이프’, ‘철 또는 철강으로 만든, 가스 압축 또는 액화용 컨테이너’ 등 이 원칙적으로 수출이 불허되고 당국으로부터 개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스테인리스 부문에서 2차 석유가스 정제 장비로 투입가능한 스테인리스강 유정 굴착 배관, 스테인리스강 유정 배관, 스테인리스강 유정 케이싱(casing) 제품들과 4차 첨단산업 특수 소재(Specific materials)에 사용될 수 있는 STS304 강판 및 STS 316 강판 등이 수출 제재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볼 베어링과 베어링, 가스 컨테이너, 배관 피팅재 및 밸브, 300L 이상 저장탱크 및 저장조 등 소재 사용 제품도 제재 대상이다.
이들 제품은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예외적인 경우(고시 시행전 수출 또는 100% 자회사 수출 등)에만 사안별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러시아 수출이 가능하다. 이 같은 대(對) 러시아 제재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무기화될 수 있는 스테인리스강 소재 등의 수출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물론, 대만과 일본, 유럽 등이 비슷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스테인리스 수급을 자국 생산 증가와 중국산 수입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연방통계청(Rosstat)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러시아의 스테인리스강 생산량은 약 3만3,0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전월 대비 12.4%)했다. 특히 러시아의 올해 8월까지 누적 STS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5% 급증하는 등 제재 장기화에 따른 생산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8월 러시아의 스테인리스 수입량은 약 5만3,3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 급증(전월 대비 21.4%) 증가했다. 이 중 중국산 물량이 5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자국 스테인리스 생산을 늘리는 것은 물론, 중국산 수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 밖에도 인도와 튀르키예, 슬로베니아 등 비(非)서구권·비미국동맹국에서 수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러사아로의 국산 스테인리스강 열연광폭강대(열간압연판재) 및 스테인리스강 냉연광폭강대(냉간압연판재)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 99.9% 감소했다. 아울러 이를 소재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강 무계목강관과 스테인리스강 용접강관의 올해 러시아향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5%, 53.9% 감소했다. 이들 4개 스테인리스강 소재 제품의 올해 러시아 수출 합이 1천톤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러시아향 수출이 매우 미미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는 정부의 러시아 제재 이전부터 스테인리스 제품의 러시아 수출은 많지 않은 편이였다며 수출 기회비용에 대한 아쉬움만 있을 뿐, 제재에 따른 업계의 타격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자동차 업계의 러시아 공장 철수설까지 꾸준하게 제기될만큼 양국간 경제 관계가 악화되면서 단기간 러시아와의 스테인리스 교역량이 증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