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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시장 상황이 더 안좋다. 중국에 대한 확신이 불확신으로 돌아서면서 수요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수요 둔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국내 철강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내수 회복 움직임이 크게 지연되고 있다. 국내 산업의 제한적 회복세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수요가들의 구매 계획도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또 중국 수출 오퍼가격이 다시 하락하는 상황이어서 구매 관망 분위기를 위주로 '차분한 하반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개월간 용융아연도강판(GI)를 제외하고 판재류 누적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컬러강판의 경우 하반기들어 판매가 일부 회복되고 있지만, 냉연강판과 석도강판은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교차하는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컬러강판, 냉연강판, 석도강판 등에서의 판매 부진은 중국 수입산과의 가격 격차와 내수 수요 감소에 영향 탓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철강협회 실적을 종합해보면 올해 1~8월 주요 판재류(냉연광폭강대·용융아연도강판·컬러강판·석도강판) 누적 생산량은 1215만6435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다. 판매는 1189만8054톤으로 작년 실적과 비교해 1.65%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 냉연광폭강대, 6월 생산만 '반짝'
품목별로 살펴보면 냉연광폭강대(CR)의 1~8월 누적 생산과 판매는 각각 504만2782톤과 491만548톤으로 일년 전보다 3.5%, 4.9%씩 줄었다.
상반기의 경우 1분기까지는 포스코 수해와 국내 공급 공백에 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월 생산은 65만714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9% 축소됐고, 수출은 33만4933톤으로 지난해 같은 월보다 22.3%로 크게 줄었다.
또 1월에서 5월까지는 생산과 판매 부문에서 줄곧 마이너스 실적을 나타냈다. 특히 판매의 경우, 내수 가격 안정화로 인해 올 상반기에는 큰 가격 변동 폭 없이 유지된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건설경기 위축 등 하방 수요가 크게 부진했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6월은 생산과 판매가 전년과 비교해 6~7%대 늘은 실적을 보였지만 7월 비수기 영향으로 다시 줄은 것으로 확인됐다. 6월 생산된 물량들은 내수에서 27만4759톤을 소화하고 해외로는 63만6324톤을 수출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각각 7.8%, 4.3%의 늘은 수준이다.
냉연광폭강대 품목은 하반기에 생산·판매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각 대보수에 나서는 만큼 이달부터 연말까지는 물량 공급에 일부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수 가격 하락으로 수출 오퍼 가격도 다시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산 소재와의 가격차를 벌어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 아연도, 수요 충족·파업 이슈로 판매 감소 전망
용융아연도강판(GI)은 1월부터 8월까지 542만9233톤을 생산했다. 이는 작년 실적과 비교하면 2.8% 늘은 실적이다. 판매 역시 3% 증가한 512만4293톤을 기록했다.
GI의 경우에는 지난 2월부터 연속 6개월째 지난해를 넘는 생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1월 63만743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8.4% 생산이 줄은 것을 제외하고는 △2월 62만2328톤(yoy +2.6%) △3월 68만4448톤(yoy +13.7%) △4월 63만920톤(yoy +1.9%) △5월 59만4043톤(yoy +2.7%) △6월 68만157톤(yoy +11.1%) △7월 71만140톤(yoy +0.5%) △8월 68만9767톤(yoy +0.9%)로 물량이 전보다 증대된 모습이다.
실수요향을 중심으로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내수와 수출 부문판매가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공급난 이슈가 해결되면서 해외 완성차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공장 가동률이 늘어난 점도 국내 제조사들의 생산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판매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이연수요 충족과 함께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UAW 파업 이슈의 확산과 국내 현대차 계열사의 공동파업 예고 등으로 생산과 판매 물량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상반기 달성한 실적만큼은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 컬러제조사, 생산도 재고도 적게
컬러제조사들이 올해 생산을 조절하면서 재고 효율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생산이 줄면서 재고도 동반 감소한 것이지만 과거 경험과는 다른 수준의 산업 경기 위축과 시장 동향도 재고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5월까지는 생산과 재고는 이전보다 타이트하게 이뤄졌고, 6월과 현재까지도 재고는 계속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컬러강판 생산은 148만7719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 감소했다. 판매는 148만7929톤으로 4.8% 줄었다.
주목할만한 점은 1~8월 월말 재고가 20만톤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1~8월 월말재고 평균치는 약 23만5천톤인 점을 감안한다면 지난 동기 대비 약 3만5천톤 가량 재고가 줄은 것이다. 3만5천톤은 약 40만톤을 생산하는 컬러강판 상위 제조사의 한달치 생산 분량을 웃도는 양이다.
재고 감소 현상은 수요 부진 영향과 궤를 같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샌드위치패널 산업경기 침체와 글로벌 가전 산업의 부진 등에서의 수요가 크게 부진했던 탓에 생산을 조절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월말 재고 감축이라는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재고 감축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8월 월말재고 현황을 살펴보면 △1월 20만871톤(yoy -6%) △2월 20만2815톤(yoy -8.4%) △3월 20만7215톤(yoy -11.9%) △4월 20만6099톤(yoy -11.1%) △5월 20만4026톤(yoy -15.7%) △6월 20만8068톤(yoy -15.2%) △7월 20만4601톤(yoy -6%) △8월 20만4061톤(yoy -18.4%)으로 나타났다. 특히 6~8월에는 생산이 지난해보다 적게는 4%, 많게는 19%까지 확대됐지만 재고 감축은 생산이 적었던 달보다 더욱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컬러 업계 한 관계자는 "적정재고를 지킬 수 있도록 하고있다"면서도 "수요가 널뛰기식으로 발생하는 데다 원가 역시 시황과 원재료 가격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재고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에는 어렵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 석도강판, 중국산에 점령 당한 내수 시장
석도강판 1~8월 생산은 37만6701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판매는 37만5284톤으로 일년 전보다 5.3%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 초반에는 포스코 힌남노 수해 영향으로 작년 하반기에 대거 주문한 수입산이 국내에 진입하면서 생산과 판매 부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또 중반부터는 포스코가 주석도금강판(BP)원판 가격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고부터는 중국산과의 가격 격차가 벌어져 판매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내수 판매는 2분기 연속 두자릿수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고, 수출 판매보다 더 좋지 않은 실적을 냈다.
지난 8개월여간 석도강판업계가 생산과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는 동안 중국산 수입은 크게 확대됐다. 1~8월 중국산 수입은 작년 1만7128톤에서 올해 2만8071톤으로 64% 증가했다. 또 가장 최근인 9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108.4% 확대된 4302톤이 수입되면서 중국산의 침공이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수출 시장 역시 해외 밀과의 가격 경쟁으로 수익이 낮아도 싸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식 수출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 중국에 뺏긴 내수시장을 현재까지도 되찾을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수출에서라도 저마진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내수에서 석도강판 판매가 급감하자 석도강판 업계는 수출 시장에서 점진적 확대를 꾀하면서 평년 생산 수준을 유지하려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출 시장 역시 태국과 미국에서의 자국 보호 무역주의가 지속되고 있어 수출 물량이 더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내수 시장의 경우 중소형제관사들은 이미 중국 거래처로 구매를 옮겨간 상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