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받지 않은 이른바 '비(非) KS 수입산 H형강'이 중고 시장에서 꾸준히 유통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연일 불거지고 있다.
중고 H형강은 비용 절감 등 우리나라 공사 현장 현실상 사용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느슨한 사용 기준으로 '비KS 중고 H형강'이 KS 인증을 받은 '국산 중고 H형강'과 뒤섞여 무분별하게 건설현장으로 투입되고 있어 관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KS스펙으로 설계된 현장에 비KS H형강을 사용하게 되면 기계적 특성(강도) 등 차이로 구조물 붕괴 우려가 높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중고 H형강은 대표적으로 △300x300x10x15 △298x201x9x14 등 2개 규격이다. 이들 규격의 중고 내수 유통량은 약 60만톤으로 추정된다.
국내 조달청 종합 심사제로 발주되는 대부분 토목, 건축 공사의 경우 중고 H형강을 사용해 가시설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설공사의 경우 공사비 절감을 위해 중고 H형강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관련 설계기법도 있다. 중고 H형강을 유통하는 회사들은 물론 건설사들도 야적장을 두고 보관하고 있다.
중국산 H형강문제는 중고 H형강 사용 시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에 따라 강재 품질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시험 기준이 느슨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 반입되는 중고 H형강 대부분이 이미 수차례 사용된 것으로, 안전을 위해 강도와 같은 확인이 필수로 요구되나 별다른 검사 없이 그대로 유통되고 있다.
특히 비KS 수입산 H형강 제품들이 국내 중고 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면서 안전 관련 우려는 연일 불거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한국철강협회가 건설현장 강재 품질 확보를 위한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대다수 현장에서 중고 H형강을 사용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비KS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KS H형강과 비KS H형강은 강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강도 차이로 인해 KS 기반으로 설계된 현장에서 비KS 제품을 설치하게 되면 심각한 구조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KS와 일본 표준 JIS 비교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4년 3월 15일까지 국내에 누적된 비KS H형강(300x300, 298x201)은 12만5,000톤에 이른다.
대부분 토목·건축공사 가설공사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022년까지 1차로 사용된 강재는 현재 중고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을 공산이 크단 분석이다.
H형강 손상 정도가 심각한 상태여도 별다른 감독 없이 손쉽게 건설현장으로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비용 등의 문제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국내 유통 관리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중고 H형강 유통 회사들은 제조사와 관련된 모든 문서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여 사용하고 있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발생한 토목 현장 사고 사례 5,306건 중 가설공사에서 발생한 사고는 825건(16%)으로 집계됐다. 토목 18개 공종 가운데 최다 사고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KS스펙으로 설계된 토목·건축 현장에서 비KS H형강은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나, 비KS H형강이 중고 H형강으로 탈바꿈된다면 언제든 현장에서 쓰일 수 있어 집중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우려했다.
도쿄제철 H형강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