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 시황 부진과 원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내 철강 제조업계의 지난해 경영 실적은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전반적인 매출액 감소를 비롯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줄어들며 외형과 내실을 모두 놓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철강 제조업계에서는 냉연도금 판재류와 강관, 전기로제강, 스테인리스(STS), 경강선재 등 대부분 업종에서 수익성 하락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CHQ선재와 대구경강관, 주단조 등 일부 업종에서만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본지가 철강 제조업체 140개사의 2023년 경영 실적을 집계(별도 자료 기준)한 결과 매출액은 103조3,522억 원을 기록해 2022년의 109조6,781억억 원 대비 5.8%가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조6,9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6%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2조8,428억 원을 나타내 전년 대비 25.2% 줄었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4.5%를 나타내 전년 대비 1.1%p 하락했으며, 순이익률 또한 2.8%로 전년 대비 0.7%p 낮은 수준 기록했다.
일관제철 2개사를 제외한 138개사의 실적은 더욱 가파르게 악화했다. 138개사의 매출액은 42조7,7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9% 줄었다. 영업이익은 1조9,615억 원을 나타내 전년 대비 40.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철강업계의 실적 부진은 높은 금리와 환율, 중국과 일본발 수입재 침투, 건설을 비롯한 주요 전방산업 업황 악화의 영향이 컸다. 특히 글로벌 철강 시황 부진의 영향으로 저가 중국산 수입재가 밀려들어 왔으며, 엔저 현상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산 철강재 유입량도 상당했다.
이와 함께 조선과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방산업 업황이 바닥을 기자, 철강재 판매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 이어졌다. 반면 철광석과 원료탄 등 철강원료 가격은 고공 행진하며 제조업계의 원가 부담을 늘렸다는 평가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일관제철업계는 저가 수입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의 기초재인 열간압연강판과 후판 수입이 급증하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연판재류 업계의 실적도 아쉬운 상황이다. 일부 제조사의 경우 매출액 성장을 이뤄냈으나 전반적으로 영업이익 감소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냉연판재류 업계도 중국산 등 저가재 수입이 급증하자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저가 소재 매입을 늘리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지만, 실제 경영 환경은 개선되지 못했다. 일부 제조사는 수출을 늘리며 수익성 개선에 매진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더욱이 자동차와 가전 등 공급가격 협상도 난항을 겪으며 매출과 영업이익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관업계는 지난해 내수판매와 수출에서 엇갈린 실적을 거뒀다. 수출 비중이 높은 강관사는 전 세계 에너지 안보 강화 등으로 에너지 시설투자 증가 기조에 영향을 받았다. 유가의 경우 고유가 기조가 산유국의 감산, 중국 경제 회복, 개도국 에너지 소비 증가 및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으로 지속하는 만큼 미국 내 높은 수준의 시추 활동은 유지됐다.
이에 반해 내수판매 비중이 높은 강관사는 건설 경기 침체에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과도한 매출중량 목표가 가격 경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제품 가격이 2022년 톤당 100만 원대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2023년 톤당 80만 원대를 기록하면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역대급 건설경기 침체로 봉형강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지난해 전기로 제강업계도 실적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부분 매출 축소와 함께 수익성도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철근 시장에 본격 진출한 한국특강만이 유일하게 외형 확장과 함께 영업이익도 50% 이상 급증했다. 기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빌릿을 철근 판매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발 위기 확대 가능성과 함께 올해도 건설 경기는 계속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STS업계도 니켈 가격 등 생산비용 압박이 커지자 판가 인상 시도에 나섰지만, 국내 경기 악화와 철강 시황 부진의 영향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특수강 제조업계 또한 주요 수요산업 부진과 주요 원료 가격 강세 등의 영향 속에 전반적인 부진을 나타냈다.
지난해 선재업계는 자동차 생산 증가와 조선업 경기 회복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건설 부문 침체와 주요 수출국 경기 부진, 반도체 등 대중 수출 감소에 따른 기계류 수요 부진으로 인해 용접재료를 제외한 전 품목의 매출이 감소했다.
품목별로 경강선재의 경우 자동차용 스프링이 주력인 대원강업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매출 감소를 기록했고, 이익도 급감했다. CHQ선재업계는 전 업체가 매출이 감소했으나 제품 단가 상승으로 수익성은 다소 개선됐다. 조선업 비중이 높은 용접재료업계는 유일하게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개선됐다. 반면 연강선재업계와 STS선재업계는 전 업체가 매출이 감소했고, 연강선재는 한국선재를 제외한 6개사, STS선재업계는 4개사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밖에 주조업계와 단조업계는 글로벌 경기 부진 등 여러 악재에도 매출액 증가와 영업이익 확대, 흑자 전환 등의 호실적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