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조강철은 18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한국 고객사 초청 간담회'를 개최했다./일조강철 제공
두껍고 다듬압연이 꼭 필요한 열연강판을 어떻게 냉연강판으로 대체한다는걸까?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인 중국 일조강철 고객사 초청 간담회에 다녀왔다.
"당사가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두께가 낮은 열연코일과 산세구조용 강판 등은 냉연 제품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사의 원가 우위와 제품 가치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날 이곳에서 열린 중국 일조강철의 고객사 초정 간담회 무대에 나타난 일조강철 한국사무소 송원양(宋文楊) 대표가 이렇게 말하자, 행사에 초대된 정부 관계자, 일조강철 본사 임직원 및 일조강철 고객사·협력사 관계자 등 100여명의 참석자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중국 산둥성(山東省)에 위치한 일조강철은 2003년 설립된 현지 최대의 민간 철강 기업이다. 박물 열연 판재 생산을 위한 생산라인은 물론 산세와 아연도금 생산라인, 시험, 평가 등 기반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 A4용지 8장 두께 '초박형 열연강판' 공개
일조강철은 초박형 열연강판(ESP:Endless strip production) 전문 제조사다. 열연강판 박물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제조 및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박판 소재를 활용한 기술 개발에 특화되어 있다.
일조강철은 지난 2014년부터 열연 박판 기술을 연구해왔다. 2014년에는 ESP 공정법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설비 제조사인 다니엘리(Danieli Metallurgical Equipment Co., Ltd)로 약 70명의 엔지니어들을 파견해 선진 기술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듬해에는 330억 위안(약 6조2,888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여러 개의 ESP 라인을 건설했다.
현재 일조강철은 연간 1,0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5개의 EPS 라인을 갖고 있다. 해당 설비에서 대량 생산되는 열연강판 두께는 0.8mm다. A4용지(0.095mm) 8장 수준으로, 일반 열연제품(1.2~14mm)과 비교하면 초박형 제품인 셈이다.
열연ESP 생산 제품./일조강철 제공
일조강철 기술품질부 부서장 정쉬타오(鄭旭濤)는 "당사의 EPS 라인은 3세대 철강기술로, 0.6~0.7mm까지의 열연 판재 생산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두께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는 열연 생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연 박물재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사용 범위도 크게 확장됐다. 일반 열연제품은 두껍고 가공성이 용이하지 못한 탓에 재압연을 거치거나 일반 구조용이나 선급재 등에 적용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박물재 제품으로는 금고, 방화문, 화물 적재함 등을 제작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
또 열연 박물제품으로 산세(PO)처리와 스킨패스(CR) 혹은 아연도금(HGI) 공정을 거치면 더욱 광범위해진다. 제품 적용 사례로는 고전압 스위치 캐비닛과 전기 청소기 양극판,주유기,ATM,드럼통,자동차 부품,컬러도장기판,엘리베이터,가드레일 등이 있다.
일조강철 무역팀 리디(李迪) 이사는 "ESP 제품은 일반 열연제품과 냉연제품에 비해 원가 절감에 유리한 원자재다"라며 "당사 생산 제품은 두께가 얇으면서도 강도가 높아 컨테이너와 농업용 자동차, 방화문 등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 내수 컨네이터향으로는 당사 제품이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조강철의 기술 개발 성과는 지속되고 있다. 열연 제품을 토대로 중국 최초로 열연 기반의 제로 스팽글 제품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북경과학기술대학교와 중신금속과 함께 EPS 열성형강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아연알루미늄마그네슘과 알루미늄아연도금 제품 등도 설비 투자와 함께 개발 중이다.
○ 생산주기 '7분컷', 자원 절약형 제품
일조강철의 ESP 생산라인 배치도./ 일조강철 제공
일조강철의 ESP 생산 라인 길이는 193미터다. 열간압연강판 제조공정에서 길이가 1,000미터 이상인게 대부분인데 이를 약 1/5 수준으로 크게 축소한 것이다.
라인이 축소되면서 생산시간 역시 혁명적으로 줄었다. 보통 1,000미터 이상의 라인에서 생산되는 열연강판 공정은 3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EPS 생산라인에서는 7분이면 충분하다.
회사는 생산 길이의 축소로 경제성과 친환경적 요소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열연과 연주 생산 부문과 비교해서는 에너지 소모를 71%가량 줄일 수 있어서다. 또 톤당 110kg의 탄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탄소 감축 생산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다.
일조강철 기술품질부 부서장 정쉬타오(鄭旭濤)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으로 열연 제품에 대한 탄소배출 정보를 요청하는 해외 고객사가 늘고 있다"라며 "당사 역시 이같은 무역장벽을 인식하고 있으며, 당장의 고로 폐쇄는 물론 전기로 가동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ESP 생산설비를 최대 활용해 탄소배출량을 기존 대비 약 10% 감축하는 등으로 대응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YES' 역량 바탕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 제공
"고객에게 'NO(노)'라고 말하지 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다(永远不要对客户说不,客户要求就是我们的追求)."
행사에 초대된 정부 관계자, 일조강철 본사 임직원 및 일조강철 고객사·협력사 관계자 등 100여명의 참석자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일조강철 제공일조강철의 대부분의 프리젠테이션(PPT) 발표 자료의 바닥글에는 해당 문구들이 쓰여있었다. 전문 지식과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고객과의 소통 시간에서도 그들 중 누구도 'NO'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특히 되는 것은 되고 안되는 것은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라는 솔직담백한 답변들이 기자의 흥미를 끌었다.
일조강철은 냉연제품에 비해 ESP 제품의 장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ESP 제품은 고강도와 얇은 두께가 장점이며 냉연강판에서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성능 기준에 부합한다"면서도 "다만 모든 냉연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강도가 높기 때문에 심가공이 필요한 제품에서의 적용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0.03%의 실리콘 컨트롤 가능 여부와 고강도 제품, 아연합금강판에 대한 신제품 등 요구에 대한 질문에는 "별도의 기술 협의를 통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도록 하겠다"라며 "고객의 스펙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강도는 700Mpa(메가파스칼) 이상, 두께는 0.6mm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삼원계 합금도금강판 제품의 경우는 현재 개발 진행 중으로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조강철은 품질력 제고와 고객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다양한 품질 검사 설비를 구축해둔 상태다. 일조강철은 "지능신속분석 실험실부터 물리화학 실험실까지 설비 총 300여 대를 갖추고 있으며, 원자재부터 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기술 품질 보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