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기업마다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며 지난해 경영실적을 공개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로 글로벌 경기 위축이 심화되고 주요 산업 업황이 악화되면서 비단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들 대부분 부진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 재계에서는 비상경영 체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는데, 각 기업마다 해법은 달리하고 있다. 본지에서 조사한 지난해 각 업종별 경영실적을 살펴보니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매출과 수익 지표 모두 크게 부진했다. 일부 나아진 기업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더군다나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업황 부진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실적 악화의 골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철금속 업종은 빅2, 빅5를 제외하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철강과 비철금속 모두 원자재 비중이 워낙 높아 수익 실현의 자유도가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성적표가 크게 달라지다 보니 지속가능한 경영에 의문이 들게 한다. 환경이나 산업안전보건 등 경제 외적인 여건도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각 기업 경영인들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집중적으로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요 기업들은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을 우려하면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언급했다. 컨틴전시 플랜은 원래 예상치 못한 긴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만들어 놓는 조건부 계약을 뜻하지만 어느새 기업들에게 비상경영 계획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 가장 이목을 끌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임원진은 4월 20일부터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를 택해서 주말에 출근한다.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 임원들이 하는 주6일 근무가 그룹 전체로 퍼지는 분위기다. 대기업 최초로 주4일제 근무를 일부 도입했던 SK그룹은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토요일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20년 만에 부활시켰고, 계열사 임원들은 휴무일로 지정된 해피 프라이데이에 직원들과 달리 출근하고 있다. 현재로선 임원들로만 한정되는 얘기지만 일반 직원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예전처럼 상명하복식의 구태는 많이 사라졌지만 임원들이 혼자 출근하더라고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업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커지면서 중동 확전 가능성도 높아졌고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불황이 장기화 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거시경제 압력을 기업이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비상경영 체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지만 컨틴전시 플랜은 말 그대로 단기적인 조건부가 되어야 한다. 철강과 비철금속 산업계도 위기를 겪고 있지만 단기적인 해법에만 몰두하지 않고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조기에 탈탄소 생산과 확고한 산업안전보건 체제를 구축하고, 전후방 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선행하는 기술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