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은 기업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다. 이것은 흔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기존 기업들이 무시하거나 멀리하는 시장에서 주로 일어난다. 기존 기업과는 다른 사업 모델이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가 함께 따른다. 성공했을 때는 혁신이 되지만 실패했을 때는 혁신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해서 혁신하지 않으면 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 현실에 안주하는 나태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수없이 실감했다. 그렇다고 기업이 모두 혁신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혁신이야말로 파괴적인 모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철강회사 뉴코어가 세계적 기업이 된 것은 혁신이 큰 힘이 됐다. 1960년대 소규모 철강사였던 회사는 대규모 철강사의 철광석과 원료탄을 녹이는 일반 고로가 아닌 철 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미니 밀(mini mill) 부문에 집중했다. 이 공정은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했다. 이에 이윤이 적어 대형 철강사들이 외면하던 철근과 봉강류 생산에 집중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영역에서 압연 직결 프로세스 등을 도입해 미니 밀에서도 강판, 앵글, 구조용 형강 등 이윤이 높은 제품 생산을 확대했다.혁신 키워드는 틈새시장 공략이다. 대형 철강사가 거들떠보지도 않은 시장을 파고든 것이 성공의 열쇠다.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과감한 자기 혁신으로 최고 역량을 갖춘 이후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 결과 미국을 넘어 글로벌 철강산업을 주도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익률이 낮고 시장 크기도 작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무시하던 시장이었다. 그 시장을 신생기업이 과감히 파고들어 성공한 것이 뉴코어의 사례이다. 그 혁신의 바탕에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제품을 공급한 것도 있었다. 파괴적 혁신은 시장 개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파괴적 직장 문화도 한 예이다. 업계 전반에 호칭· 복장·직급 파괴바람이 거세다. 이 바람은 임직원의 사고 변화를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특히 직원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 되면서 기업이 원하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꼰대’의 대명사였던 아버지세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직급이 깡패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수평적·자율적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파괴적 혁신은 바로 이런 것이다.불과 10년 전만 해도 회사원들의 복장은 정장이 대세였다. 목은 종일 넥타이에 묶여 답답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수직적 직급은 군대생활을 하는 듯 불편했다. 직장생활이 이렇듯 딱딱하니 창의적 사고는커녕 스트레스만 쌓였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주구장창 위에서 시키는 일만 했다. 욕만 먹지 않을 정도로 하면 된다는 타성에 빠져들기 일쑤였다. 직장 문화가 이러하니 회사 나오는 것이 곤욕이었다. 빵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못해 출근하니 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꼰대들의 전성시대 때의 얘기다. ‘환경이 바뀌어야 사고가 바뀐다.’라는 일하는 방식의 대대적인 혁신에 우리 업계도 동참하고 있다. 특히 복장변화가 눈에 뛴다. 청바지를 좋아하는 정의선 회장의 주도 아래 현대차그룹은 이미 시작했고, 최근에는 포스코그룹이 자율복장을 선언했다. 기존 정장과 비즈니스 캐주얼에서 한 단계가 더 나아갔다. 이제는 후드 티와 아웃도어 티, 반바지, 샌들 착용도 가능하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기업들이 자율복장을 시행하는 것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에 방점이 찍힌다. 그룹 장인화 회장의 취임과 함께 포스코의 변화는 혁신 바람을 타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변화는 4차 산업시대를 맞은 기업들의 몸부림이다. 무엇보다 창의성을 중요시함에 따라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직문화가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반바지를 입고 근무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별로 상황에 맞게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출근하는 나를 상상하면 왠지 어색하다. 그 복장이 부럽지만 꼰대 물이 다 빠지지 않은 나의 사고에도 문제가 있다. 한편으로는 아무 거리낌 없이 반바지에 샌들을 끌며 출근하는 MZ 세대들의 당당함이 부럽기도 하다. 꼰대가 물러난 자리를 차츰 새로운 세대가 메워가는 것은 숙명(宿命)이다. 조직문화가 바뀌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대세는 거스를 수 없고 혁신의 물결에 순응하는 것이 추세다. 타 업체들도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