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의 탄소중립 과제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철강금속업계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산업의 특성상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인해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손가락질받은 세월이 길기 때문이다.
철강금속업계는 그동안의 오명을 벗어던지고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위대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 탄소중립을 향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환경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철강금속업계는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산업에서 수소환원제철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전기로 사업 비중을 늘려 친환경 그린철강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철강금속업계는 각 공정과 공정에 사용되는 전력, 원자재 등을 친환경화하며 탄소 배출 0%로 가고자 노력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산업계와 세간의 이목은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쏠려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해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며 반드시 개발에 성공해야 하며, 상용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탄소중립을 향한 철강업계의 움직임과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매진 중인 포스코의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아래는 포스코 하이렉스추진반 배진찬 반장(상무)과 일문일답.
포스코 하이렉스추진반 배진찬 반장(상무). 포스코 제공.Q1. 연초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했다. 2027년까지 연산 30만 톤 규모의 HyREX 시험설비를 준공할 계획인데, 시험 설비 구축 진행 과정을 설명해달라
올해 1월 26일 개소한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에서는 현재 총괄부서인 하이렉스(HyREX)추진반부터 투자사업관리를 담당하는 투자엔지니어링실, 연구개발 부서인 저탄소제철연구소, 설계를 담당하는 포스코이앤씨, 포스코DX 등 관련부서가 입주해 통합근무를 통해 포스코그룹 차원의 핵심역량을 하이렉스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와 파이넥스(FINEX)와 같은 혁신적인 공정기술 개발경험을 융합해 최적의 공정설계를 도출하고 설계 기술의 내재화를 추진 중이며, 향후 공장의 건설, 시운전, 실증 조업까지 일련의 과정을 통합해서 수행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이미 상용화에 성공하여 가동하고 있는 파이넥스 공정의 유동환원로와 그룹사인 SNNC의 전기용융로 기술을 융합하면, 분가루 철광석을 수소환원에 의해 환원하고 이를 용융시켜 쇳물을 생산하는 과정을 하이렉스 시험설비의 가동을 통해 실제로 증명하게 된다.
하이렉스 시험설비는 향후 상용화 설비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한 사전 실증 단계이며, 장기간 연속조업을 통해 상용화 용량 증대(Scale-Up)에 필요한 설계 인자들을 철저히 검증하게 된다.
Q2.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꿈의 기술’로 불린다. 개발 과정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가?
수천 년 전에 시작된 탄소를 사용하는 철기시대와 달리 수소환원제철기술은 수소를 사용해 새로운 철기시대를 열어가는 꿈의 기술로 불린다.
하이렉스 공정은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서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유동환원로 방식은 가루 형태의 품위가 낮은 철광석을 추가적인 가공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저가의 가루 철광석은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원료 수급이 용이하고 경제적인 조업이 가능하다.
그에 반해 경쟁 공정인 샤프트로 방식은 극미분의 철광석을 가공해 펠렛(구슬 형태)으로 제조하여 사용하고 품위가 높은 철광석을 사용해야 하므로 원료 수급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고가인 문제가 있다.
또한 유동환원로는 다단의 유동로가 연결돼 있어 수소환원에 의한 흡열반응으로 소모되는 열량을 유동로 사이에서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기에너지로 환원된 광석을 용융시키는 전기용융로(Electric Smelting Furnace)는 저품위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철성분의 회수율을 높일 수 있으며, 포스코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용융로 운영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해 하이렉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경쟁사 대비 매우 유리한 상황에 있다. 다만 하이렉스의 경제적인 조업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소와 전력을 낮은 비용으로 조달하는 것은 철강사인 포스코의 노력만으로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산업체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수소환원 철강제품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수소 가격이 kg당 2천 원 이하가 될 수 있도록 큰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수소환원을 위해 기존 설비를 대체해서 새로운 설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므로 철강회사에 대해 국가 차원의 전환비용 투자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Q3. 탄소감축을 위해 올해 진행 중인 구체적 투자 현황을 설명해달라.
포스코는 탄소중립 비전을 구체화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원료, 투자, 에너지, 기술개발까지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전략으로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했다. 국가감축목표인 NDC를 달성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절감계획을 수립했고, 그에 따른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의 대표적인 저탄소 제철기술은 하이렉스 공정, 상저취 전로, 전기로가 있다. 하이렉스 공정은 쇳물을 생산하기 위한 환원제인 석탄을 수소로 대체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로, 시험설비를 구축하여 2030년까지 기술검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상저취 전로는 기존의 전로에서 스크랩(고철)의 사용비를 증대하기 위해 전로의 상·하부에 산소를 불어 넣어 열원을 공급하는 기술로, 올해 상반기에 투자승인을 완료하고 2026년에 준공할 예정이다. 스크랩을 용해하는 전기로는 올해 2월 광양에서 착공했으며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설비에서도 탄소 저감 기술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로에 투입되는 소결광을 펠렛으로 대체해 고로에서 석탄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 파이넥스 공정과 제강 전로 공정에서 스크랩을 최대한 사용하여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저(低) HMR(Hot Metal Ratio)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포스코는 올해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고, 지속 가능한 철강 산업의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Q4. 하이렉스 부지 확보 등 수소환원제철 개발 과정의 애로사항과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수소환원제철 시험설비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공정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검증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다만 향후 상용화 단계에서는 현재 가동 중인 고로를 하이렉스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소와 전력의 경제적인 조달과 설비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하이렉스 상용화 설비의 설치를 위해서는 제철소 건설부지 확보가 시급하므로 장기간이 소요되는 부지조성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저탄소 설비 전환을 위한 이러한 인프라 구축과 대형 투자는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없으므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지역사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유럽, 미국, 일본 등은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 중요성을 인식하고, 탄소중립을 국가 신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대규모 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EU는 수소환원제철 공정 개발비의 최대 60%까지 정부가 지원하고 있고, 미국은 청정수소 생산시설 투자비의 30% 또는 수소 생산 시 1kg당 3달러의 세액공제를 IRA 법안을 통해 약속하고 있다.
일본은 GI(Green Innovation)기금 약 2조 엔을 조성해 저탄소 철강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고 있고, GX(Green Transformation) 법안을 통해, 약 20조 엔의 자금을 확보해 기업의 저탄소 투자 유치와 향후 탄소중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자금을 지원하며 탄소 중립 밸류체인의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철강 산업은 국가 제조업의 근간으로,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 등 국가적 지원 체제 구축이 절실하며, 탄소중립이라는 산업 대전환 시대에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보호하고 신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철강산업에 대해 다각적으로 정책적, 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